[신년기획-갈등의 시대⑧] 차별대우 받는 이주민

입력 2012-01-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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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카드 안 받는다"…인종갈등 이젠 남 일 아냐

#1. 2011년 12월24일, 태국 이주 여성인 르 타와나리(가명·28)씨는 영등포구에 있는 고향 친구들과 집 근처 맥주집을 찾았다. 모두 이주여성 지원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그들은 고향 얘기로 연말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술값 계산을 치르면서 깨졌다. 주인이 “외국인은 믿을 수 없으니 카드 계산은 안 받겠다”고 한 것. 이들의 실랑이는 타와나리씨의 남편이 오기 전까지 계속됐다.

#2.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온 이주노동자인 아미히 카림(가명·32)씨는 연말이 되면 늘 노심초사다. 임금 체불이 주로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고용주에게 “한 달치 만이라도…”라며 통사정을 했지만 “일을 시켜주는 것 만도 어딘데”라는 답변만 들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상담센터에 걸려온 고민을 재구성한 실사례들이다. 상담센터 관계자들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는 한국사회에 일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표정과 몸짓에서 이주민들은 느끼고 있다.

관점을 세계로 돌려보면 인종 갈등이 심각한 사회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드믄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차별이 도화선을 만나거나 임계점에 도달하면 새로운 갈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인종 차별주의가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반이슬람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지난해 7월 오슬로 정부청사에 폭탄 테러를 가했다. 모두 8명이 숨졌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퇴위아 섬에 경찰로 변장해 잡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모두 69명이 그의 총에 사망했다. 당시 섬에서는 인종 문제에 대해 개방적인 노동당의 청년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2005년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거주지역 청소년 2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고압선에 감전돼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파리 도심에서 밤이면 자동차들이 타오르는 이주민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사례가 인종 차별의 내재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 프랑스는 이주민이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못하고 게토화했을 경우 나타난 부작용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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