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무라, 글로벌화 노선에 빨간불

입력 2012-01-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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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부문 핵심인물 잇따라 이탈…바탈 부사장·조트와니 사임

‘글로벌 투자은행’을 목표로 월가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일본 최대 증권그룹 노무라홀딩스의 꿈이 다시 암초에 걸렸다.

투자은행 부문의 글로벌화를 주도해온 자스짓 제시 바탈 부사장이 10일(현지시간) 사임하면서 노무라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탈 부사장은 파산한 미국 리먼브러더스에서 아시아 지역 책임자로 있다 회사가 노무라에 인수되면서 노무라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노무라에서 부사장 겸 도매 부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사업과 대형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하는 트레이딩 사업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발표한 12억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책도 바탈 부사장의 제안이며, 2010년에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무라의 이사 자리도 꿰찰 정도로 회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노무라는 2008년 파산한 리먼에서 유럽과 아시아 부문을 인수해 글로벌화의 기반을 다졌지만 이후 악화하는 실적을 메우느라 고전해왔다. 리먼에서 인수한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주식·채권 시장의 심한 변동과 M&A 활동 둔화, 금융규제 강화 등 세계 투자은행들이 직면한 문제에서 노무라도 자유롭지 않게 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11월 글로벌 사업에서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노무라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인 ‘Baa2’로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탈 부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사면초가에 몰린 노무라에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WSJ는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야마나카 다케히토 애널리스트는 “노무라의 글로벌화 노선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후임은 국제적 투자은행으로서 수익을 추구하는 인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시바타 다쿠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바탈 부사장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바탈 부사장의 사임이 노무라의 경영진 간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바탈 부사장이 일본 내 경영진의 의사결정 속도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이 커져 왔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비일본인인 바탈 부사장과 다른 경영진과의 불화를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역시 리먼 출신 고위 임원인 타룬 조트와니 글로벌 마켓 부문 책임자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노무라는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채권·주식 사업을 분리해 운영키로 하면서 런던에서 근무하던 조트와니 책임자가 퇴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작년 3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바탈 부사장과 조트와니 책임자를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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