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미달 속출 학부모들 외면…‘자율고’는 실패한 정책?

입력 2012-01-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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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공약 가운데 대표 상품격인 자율형 사립고(자율고)가 위기에 놓였다. 자율고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라는 거창한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과 상위권 학생 독식현상으로 고교서열화 등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일반 고등학교보다 등록금이 3배나 비쌈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 차별화에 실패해 지난해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으면서 자율고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2년 연속 무더기 미달 사태 = 서울 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8곳이 2차 추가모집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또 다시 무더기 미달 사태를 빚었다. 지난해 11월 신입생 모집에서 하나고를 제외한 26개 자율고 가운데 11개 학교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해 두 차례의 추가모집을 한지 두 달만이다.

이 가운데 정원의 30% 밖에 채우지 못한 용문고는 자율고 지정이 취소돼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사상 처음 자율고 지정이 취소된 서울 동양고에 이어 두 번째다.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자율고 두 번째 추가 모집에서 8개교에 20명이 지원해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최종적으로 자율고 8곳의 정원이 미달됐다.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서울지역 자율고 2차 추가모집에서 총 8개교에 일반전형 8명,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12명 등 총 20명이 지원했다.

용문고가 사회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6명을 추가 모집했고 △대광고 4명 △경문고 3명 △장훈고·현대고 각 2명 △보인고·세화고·우신고 각 1명 등이 지원했다.

최종 지원 현황을 보면 자율고 25개교 1만147명 모집에 1만4008명이 지원해 평균 1.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보인고(경쟁률 0.98대 1) △미림여고(0.95) △동성고(0.74) △대광고(0.72) △장훈고(0.72) △경문고(0.65) △우신고(0.56) △용문고(0.30) 등 8개교는 두 차례의 추가모집에도 정원 채우기에 실패했다.

용문고는 재작년 신입생 모집에서 대량 미달 사태로 자율고 지정 취소까지 검토했다가 지난해 처음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2차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의 60%를 넘기지 못해 결국 자율고 지정이 취소된다. 단, 오는 3월 용문고에 입학하는 138명의 입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율고 프로그램을 적용받는다.

서울교육청은 다음달 중으로 교과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학교운영정상화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용문고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할 방침이다.

◇교육당국 자율고 살리기 나섰지만 학부모들은 외면 =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자율고 살리기’ 노력에도 또 다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자율고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율고 미달 사태에서 보듯 자율고는 학부모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전국 51개 자율고의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지만 일반고와 별 차이 없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입시에 내신이 별 도움이 안될거라는 인식이 짙은 상황에서 내신 경쟁도 치열하다.

학부모 A씨는 “최근 무더기 미달 사태로 자율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다를 것도 없는데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다닐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 지역 자율고 상당수가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에 수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취지와는 달리 입시교육에 집중하는 쪽으로 학생을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2일 서울교육청과 각 학교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당수 자율고들이 ‘신입생 예비학교’라는 이름으로 1∼2월에 2∼3주 과정으로 국어·영어·수학 과목 수업을 한다.

A고교는 이달 말부터 2월 말까지 중학교 개학 기간을 제외하고 3주 가량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8∼9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국영수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선행학습·반편성고사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율고는 애초에 수요 예측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 자율고 26개 가운데 남학교는 19곳이며 남녀공학 4곳, 여학교 3곳이다. 여학생이 전학할 수 있는 곳은 7개뿐으로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 서울 지역 외고 6곳의 총 모집정원(1984명)과 서울국제고의 총 모집정원(150명)에 비해 자율고의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자율고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무리하게 자율고를 늘리기보다 미달 사태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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