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핵심은 경제계층간 충돌…무너진 중산층 복원 서둘러야

입력 2012-01-13 09:04 수정 2012-01-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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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이렇게 풀자' 전문가 제언 <연중기획 1부 끝>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규모는 세계에서 9번째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과거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던 시대와 같은 감동과 흥분을 느끼는 국민은 없었다.

지난 반세기는 60~70년대 산업화시대를 거쳐 70~80년대 민주화시기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압축 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낸 대한민국. 그러나 압축 성장의 휴유증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갈등’이라는 후유증을 분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함으로서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총선과 대선으로 국가의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올해, 정책 결정권자는 어떤 시각으로 갈등에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또 국민들은 어떻게 갈등을 해소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까.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 "40대전후 중심 연령층, 자산형성 가능성 확대"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은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계층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과 소득의 격차발생 원인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처우 불일치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윤 위원은 계층 간의 갈등 해소방안으로 정부가 40대 전후로 자산형성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현재 맞벌이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의 자산 증가가 가능하도록 부모공적보험을 신설해 출산, 자녀보육, 교육비용 지원을 통해 자산증가를 결혼초기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정보화 사회 진입으로 사회적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넷 상에서 여론이 먼저 형성되고 이슈가 확대되는 현상에서 네티즌들의 배타적·폐쇄적 경향이 나타나 우리 사회 편협성과 갈등의 골을 더 깊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트위터 등 SNS의 영향력이 젊은 층에게만 집중되고 있어 정보격차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 위원은 “정보기기 스마트화가 젊은층과 고학력층에 집중되다 보니 소외계층과의 정보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고령층 친화적 스마트폰 등 IT기기 개발 보급 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위원은 우리사회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난제(원인)로 정치권과 미디어, 언론을 꼽았다. 정치권이 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우리나라 정당이 본질적으로 사회갈등 축을 기반으로 구성 및 존속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사회갈등을 반영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선거에서 이를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갈등을 과도하게 과장, 조장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이 사회이슈들에 대해 건전한 토론과 협의, 타협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사회갈의 현상 만을 강조함으로써 대중들의 갈등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윤 위원은 다양한 모습의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점점 심화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우리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난 대물림 차단하고 양질의 일자리 늘려야"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시급한 우리사회 갈등 해소방안으로 ‘소득격차 해소’를 꼽았다. 그는 “갈등의 핵심은 불황의 여파로 인한 소득의 감소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이 늘고 있다”면서 “그들을 다시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자영업에 종사자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은 “불황의 고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 금융 등 서민 신융 대출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가난의 대물림을 걱정하지 않도록 어려운 집안의 자녀들도 본인이 노력만 하면 충분한 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현재 우리 교육환경이 끊임없는 갈등의 고리를 연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과 개인 간 경쟁 위주의 교육방식으로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현명하게 조정하는 것을 배우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과거에는 형제·자매가 여러명이었으므로 가정에서 성장과정을 거치며 복잡한 이해관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1자녀 가구가 많아서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와 같은 단체활동의 경험을 통해 이해관계의 충돌을 현명하게 조정하는 경험을 할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리더의 역할을 경험해 개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집단이나 조직 전체의 시각에서 문제를 보는 경험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위원은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새로 선출되는 리더상에서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쪽의 의견을 경청하고, 실질적으로 설득의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리더에게 일정 수준의 추진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반대의견이나 그 일로 인해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는 계층이 있을 때에는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는 절차와 실질적인 설득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졸속 추진은 결국 초기의 설득 노력 부족으로 인한 비용을 추진과정에서 부담하게 되고,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 "소수의 사회 자원 독점, 이제 다수와 공유할 때"

이상민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간의 갈등 해법으로 노동자들의 기술적인 능력인 ‘숙련(Skill Formation)’에 투자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가 사후적인 대책이라면 사전적인 대책으로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숙련’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직업훈련교육 시설을 대폭 증설해 노동자들이 재직 중에도 수시로 직무교육을 받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돼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해관계의 충돌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해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소년기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눈에는 눈, 혹은 미래에 돌아올 계산된 이익 등을 이야기하는 경제학적인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교육과정에 동정(sympathy)과 감정이입(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이 중장기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조직의 리더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부터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 해결을 위해서 조직의 리더에게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보다 먼저 리더들이 구성원들로부터 얼마만큼 사회적 자본, 즉 신뢰를 받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구성원들과 쌓아놓은 신뢰가 없다면 대부분의 경우 직원들은 능력이 부족한 리더를 탓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세대 간의 갈등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그들이 처한 취업난과 등록금 등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세력화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올해 해외 노동이주민과 저소득층 국내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통일 후 남북주민들간 이질성 문제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난제들 중에서 소수의 집단이 너무 오랫동안 사회적 자원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들 소수집단이 나눔에 인색해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들 소수집단으로부터 받은 게 없으니, 극단적으로 이들을 배척하는 양상이 다른 국가에 비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상대방 입장 배려·공감, 사회통합 교육 강화를"

장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입장에 대한 관용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와 ‘예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방향과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정치 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권력자의 권력 남용과 국가기구의 사적 전횡’을 꼽았다. 또한 노사 갈등은 ‘사용자의 독단적 경영방식’을, 계층 갈등에서는 ‘불로소득원의 편재와 이에 대한 과소 규제, 빈곤화와 복지제도 미비’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양극화로 인한 계층갈등 문제는 “자산 및 소득 격차를 줄이는 길은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동시에 일정한 규모의 소비가 가능한 가처분 소득을 갖는 중산층을 육성하고 빈곤화 추세를 막거나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다 확충하는 동시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동일 노동에 대한 보상의 차별 등을 축소하고 불로소득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과세를 부과하거나 경로를 차단해 사회적 부의 총량이 지나치게 양극화되지 않도록 분배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보화 자체가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의사소통의 방식이나 구조적 갈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화로 인한 사회적 격차의 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기반시설을 공공재처럼 확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리더의 선택이 구성원 일부 의견에 불가피하게 반하는 경우는 많다며 “충분히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 자체가 그 동안 많이 생략돼 온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회 갈등 해소와 관련해 국민은 주인의식을 갖고 정치과정이나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 등에 자율적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서비스정신과 공공의식, 전문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고, 재계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에 잠재적 갈등 요소로 ‘다문화가정’과 ‘남북 통일에 따른 사회통합’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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