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금융공학 공부 바빠요”
사석서 만난 은행 관계자 말에 흠뻑
그는 “안 그래도 전화드릴려고 했는데, 업무가 몰려서 그러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찾아간 게 괜스레 미안해지게 만드는 밝은 어투였다.
근처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는 여유를 찾은 듯 큰 숨을 몰아쉬며 지난 얘기를 꺼냈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갈수록 희미해지지만 방송국 아나운서에서 은행원으로 이직한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터였다.
“대학 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제는 금융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남들에게 질문하기보다는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전문적으로 답해 줄 수 있는 그런 전문가요.”
지난 2007년에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 PBA는 올해로 5년차 은행원이다.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를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PBA 업무를 맡은 지는 4년째다. 은행에 들어오기 전 3년 동안은 케이블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다.
인생이 그러하듯 그가 은행을 택한 건 예상치 못한 계기였다. 김 PBA는 “사석에게 기업은행에 다니는 분을 만났는데 금융에 대해 여러가지 말해주는 것이 멋있어 보였어요. 그 분이 생각나서 기업은행에 지원하게 됐어요”라고 털어놨다.
한창 물이 오를 3년차 방송인에서 초짜 행원으로의 전직. 다른 동기보다 늦은 은행 입사에 어려움도 많았을 테지만 그는 밝았다. 은행 생활에 누구보다 먼저 참여했다.
“동기 부간사를 맡고 있어요. 댄스동아리에도 활동하면서 신입행원들이 연수를 가면 위문 공연을 가요. 아나운서 경험 덕에 회사 행사 진행을 맡은 적도 여러번 있어요.”
중국어, 영어, 일본어 등 3개 외국어에 능통한 덕에 회사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아나운서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받았어요. 근데 일본어 실력으로 일본인 고객에게 고액을 예치했을 때는 이 같은 우려도 사라졌죠”라고 말했다.
김 PBA가 금융전문가의 꿈을 안고 온 은행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금융인과 은행원이 아직까지는 동의어는 아닌것 같아요. 이 같은 상황에서 자기 발전에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나태한 은행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금융공학에 대한 공부를 빼놓지 않는다. 그의 빨간색 다이어리에는 이 같은 일정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