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재정위기 사태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성공적으로 국채를 발행했지만 그리스를 비롯한 중채무국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6일(현지시간) 역내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 9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1~2단계 강등한 이후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EFSF가 앞으로 긴급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려는 계획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프랑스는 그러나 같은 날 국채 입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시장의 우려를 씻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EFSF에 대한 보증 비중이 가장 크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1년물 국채를 비롯해 3개월물과 6개월물 등 총 85억9000만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날 입찰에서 프랑스는 18억9500만유로 규모의 1년만기 국채를 0.406%의 금리로 매각했다. 이는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인 지난 9일 0.454%보다 0.04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45억유로어치의 3개월물 국채 금리는 2주 전보다 0.166%보다 소폭 하락한 평균 0.165%, 22억유로어치의 6개월물 금리 역시 0.005%포인트 내린 0.281%를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S&P와 달리 무디스와 피치가 프랑스에 대해 ‘AAA’를 유지한 것에 주목하고 시장에서는 아직 프랑스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인 ‘A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해 S&P의 평가와 대조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FSF의 신용등급이 강등돼도 유로존 재정 취약국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는 “EFSF가 반드시 ‘AAA’ 등급을 보유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AA+’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여전히 유로존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리스는 오는 18일, 지난 13일 중단된 민간 채권단과의 협상을 재개한다.
그러나 국채손실률(헤어컷) 등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와 민간 채권단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가 비자발적인 디폴트를 맞을 수 있고 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협상이 결렬되면 2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NYT는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약속한 경제 개혁을 실행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디폴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