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삼성과 롯데가(家) 딸들의 자존심 싸움이 미국 LA서 펼쳐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홍콩 첵랍콕 공항 면세점에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경쟁에서도 맞붙게 됐다. 지난해 9월 월 인천공항 루이비통 면세점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1승을 먼저 올린 이 사장은 기세를 몰아 ‘글로벌 신라’비전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신 사장은 잔뜩 독이 올라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 대전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은 LA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다. LA국제공항 면세점은 그동안 DFS가 매장을 운영했지만 올해 말로 계약이 종료됐다. 전체 면적은 4만 제곱피트(약3716㎡)에 달하며 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찾는 까닭에 작년 이용자만 813만명이고, 면세점 매출액은 1억1754만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 2013년 1월부터 10년간 주류와 담배, 화장품, 토산물, 고가 브랜드 제품 등 전 영역에서 LA국제공항 내 모든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입지 차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LA공항 입찰 참여를 계기로 비전 ‘글로벌 신라’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LA공항은 아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의 쇼핑성향을 잘 아는 신라호텔이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현장설명회도 참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설명했다. 201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롯데는 면세점업계에서 세계 6위, 신라는 10위에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호텔신라가 사업자로 선정되면 2013년 말에 세계 면세점 업계 5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 사장도 ‘2018년 1위 달성’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입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롯데는 홍콩에 이어 LA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톱1위의 진입은 쉽게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LA공항 면세점 진출을 위해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외국 면세점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하기로 약정했다”며 “계획대로 되면 2018년 1위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 고위관계자는 “조만간 홍콩 첵랍콕 공항의 면세사업권자 입찰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여 롯데·신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LA의 경우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끼리의 컨소시엄만 가능하다고 전해져 롯데의 참여가 가능한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