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포스코 CEO추천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어 정 회장을 후임 회장 단독후보로 추대하고, 관련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하기로 확정했다. 포스코 주주총회는 오는 3월 16일에 열린다.
역대 포스코 주총에서 CEO추천위원회가 발의한 회장 추천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는 점에서 올해 주총에서 정 회장의 연임은 가결될 전망이다. 3월 주총에서 최종 가결 되면 정 회장은 2015년 3월까지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난제 산적…업계 안팎 위기부터 뚫어야=정 회장 연임 과정은 순탄했다. 사내 임직원들과 지분의 48%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를 전폭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철강업계의 맏형으로서 업계의 위기를 앞장서서 뚫어야 하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현재 철강업계는 극심한 내수 부진에 빠져 있다. 올해 내수 전망도 신통치 않다. 125만톤 수준의 재고량은 매달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일본산 저가·저질 철강재가 다량으로 유입되고 있다. 범 업계 차원에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으나, 단기적 해결 방안은 없다.
내수 부진과 저가 철강재의 대거 수입은 철강업계 전체의 수익성 부진으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39조1717억원의 매출과 4조19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20.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3% 줄었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의 폭등이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철강업체는 원가 절감, 생산 혁신 방안 도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문제는 포스코가 직면한 또 하나의 위기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S&P, 11월 무디스에 이어 12월 피치로부터 부정적 신용등급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포스코의 입장에서 볼때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위기는 곧 기회’ 스마트 경영으로 뚫는다=정준양 회장은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대안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그는 지난해 ‘패러독스 경영’을 주창한 데 이어 올해는 ‘스마트 경영’을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 회장이 강조하는 스마트 경영은 회사 안팎의 소통과 개방을 강화시켜 업무 간의 실효적·창의적 융합을 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회사 안팎의 동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실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원가절감·품질관리·안전관리를 한꺼번에 실현하겠다는 것이 스마트 경영의 핵심이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철강협회 신년인사회에서도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가 위기를 탈출하려면 스마트 경영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강도 높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 자원 개발 등 신 성장 동력 창출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그간 해외를 종횡무진하며 추진했던 현지 자원개발 경영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팎의 위기가 큰 만큼 정 회장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며 “그가 이끄는 포스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철강업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