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쇼핑은 모두 살레시오다문화교육센터 아이들의 크리스마스를 위해서였다. 한국증권금융 동호회 ‘볼런타스(Voluntas)’ 총무로서 ‘크리스마스 소원 성취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 볼런타스 회원들은 소원을 이뤄본 경험이 드문 아이들에게, 평소 꼭 갖고 싶었던 선물을 크리스마스에 전해 주고 싶어 미리 아이들의 ‘소원’을 조사했다.
축구공, 펭귄인형 같은 바람은 괜찮았지만 ‘졸라맨삼국지’, ‘엔젤수첩’ 등의 소원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이름들의 정체를 알아보는 데만도 오래 걸렸다. 특히 주문을 말하면 자동으로 열린다는 ‘엔젤수첩’이 구하기 힘들었다고. 엔젤수첩은 요새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로망이라는데, 파는 곳이 드물어 볼런타스 회원들은 문방구를 뒤지고 다녀야 했다.
볼런타스 회원들은 이렇게 준비한 ‘소원’들을 따로 마련한 옷과 함께 포장하고, 공연을 연습했다. 비록 율동은 시도하다가 포기했지만, 캐롤만은 열심히 준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산타아저씨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뿌듯했다고 입을 모으는 볼런타스 회원들이다.
볼런타스는 자원봉사를 ‘더’ 하고 싶은 한국증권금융 직원들이 작년 4월 모여 만든 동아리다. 김영과 사장의 사회공헌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이미 모든 직원이 연 2회 이상의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 만들어진 ‘한마음봉사단’은 아동·노인·다문화가정·이주노동자를 돕고 있고, 취미별로 만들어진 농구·축구·수영 등 19개 동아리들도 각각 재능기부 봉사를 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동아리 이름도 볼런타스다. 볼런타스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해창 안전관리실 부실장은 “가입도, 활동도 모두 자유 의지에 따른 모임인데도 회원들이 게으름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 주어 너무 고맙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원들 사이에 마찰이 없었다”고 말했다.
볼런타스는 매 분기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지난 여름에는 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직접 만든 빵을 소외 아동들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 다들 처음 만들어보는 빵이었지만 최고급 재료와 전문가의 지도로 정성을 다했더니 완성된 머핀과 소세지빵은 그럴듯한 모양이 됐다. 깜짝 빵 선물을 받은 아이들도 “제과점 빵보다 더 맛있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가을에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서 진행하는 신생아 모자 뜨기에 참가했다. 30명이 강당에 모여 배웠지만, 뜨개질을 처음 해 보는 남자 직원들은 굉장히 어려워했다. 볼런타스 회원들은 한동안 뜨개질 뭉치를 갖고 다니며 모자를 떴고, 몇몇 회원들은 결국 가족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성해 아프리카로 보내기로 했다.
이해창 회장은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시작한 봉사 동호회였지만, 서로 모여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보니 보람만큼 즐거움도 크다”며 “빵만들기, 뜨개질, 산타 공연에 이어 또 어떤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봉사’를 실천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