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금연하려다 사람 잡겠네"

새해를 맞아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전자담배에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등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 치사량에 육박하거나 함량표기가 엉망이었지만 관리 체계는 미흡했다.

보건복지부는 시판 중인 전자담배의 유해성 평가를 위한 1차 년도 연구용역 결과 국내 시판중인 13개 회사의 전자담배 액상 제품 121개 중 일부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니코틴 함량 제각각, 표기는 엉망= 전자담배 제품별로 니코틴 함량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121개 제품에 함유된 니코틴 농도는 1㎖당 최저 0.012㎎, 최대치는 36.15㎎였다. 일반 담배의 평균 니코틴 함량은 0.05mg으로 전자담배 1개에 함유된 니코틴은 만개는 최대 일반담배 723개비와 같다.

그러나 니코틴 함량 표기는 엉망이었다. 니코틴 함량은 ‘mg’으로만 표기돼 액상 용기에 표기된 함량이 1㎖당 니코틴 함량인지 용기 전체의 양인지 알 수 없었다.

또 오차범위 ±30% 기준으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6개만 니코틴 표기 함량과 실제 함량이 일치했다. 나머지는 실제 함량이 표기량보다 적거나 최대 4배까지 많았다.

◇발암물질·환경호르몬 검출= 검사대상 모든 제품에서 폐, 만성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아세트알데히드가 ℓ당 0.10∼11.81㎎ 검출됐다.

103개 제품에서는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0.02~7.82㎎/ℓ,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교란시키는 DEP(디에틸프탈레이트)와 DEHP(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는 각각 0.08∼2,274.04㎎/ℓ, 0.30∼99.49㎎/ℓ검출됐다. DEHP의 경우 유럽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경우 일반담배에서는 나오지 않는 성분이다.

또 4개 제품에서는 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니트로사민(NNN)도 극미량(ℓ당 44.0∼65.75㎍) 검출됐다. 그러나 이 성분이 제조과정에서 온 것인지 담배잎에 원래 존재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일반 담배의 1000분의 1수준이라고 복지부는 전했다.

그러나 일반 담배에 포함된 타르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니코틴 농축액을 만들기 위한 용매제로 글리콜류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 필요= 현재 국내에는 73개의 전자담배판매업자가 등록돼있으며 판매 및 유통되는 담배는 모두 국외에서 생산돼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담배사업부가 관리하지만 전자담배 관리 업무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수입·판매업 등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

담배사업법상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법제처는 전자담배도 담배에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담배세, 건강증진법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담배 판매시 1㎖당 세금을 걷기 때문에 정확한 전자담배 흡연자 수조차 알 수 없다. 반면 금연을 위한 니코틴이 없는 전자 담배는 약사법에 따라 ‘흡연보조제’로 분류돼 식약청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법적으로 전자담배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안전대책을 강화하려면 전자담배 산업에 대한 강력한 안전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선 니코틴 용액 용량 표기와 니코틴 함량에 대한 일관된 기준과 표기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업계와 협의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표기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전자담배의 기체 상태 유해성 평가 연구를 통해 실제 전자담배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해성을 평가하고 전자담배 성분에 관한 안전관리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