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회장 ‘고민 또 고민’

입력 2012-01-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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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강화 중점 추진 과제, 정부 벽에 막혀 지지부진 상태

카드분사 불발, 자본확충 난관, 민영화 지지부진, 배당규모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고민에 빠졌다.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중점 추진 전략들이 정부의 벽에 막혀 답보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비은행 부문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카드 법인화(분사) 작업이다. 지주사와 계열 지방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 계획과 배당문제도 마찬가지다. 연내 달성을 목표로 하는 민영화 역시 아직 명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선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계획했던 카드사업 분리 등의 사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초 계획실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최근 “1~2월 중 금융당국에 승인을 신청하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카드 분사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독립 카드사를 거느리고 있는 KB금융지주(KB국민카드), 신한금융지주(신한카드), 하나금융지주(하나SK카드)와 다르다 보니 시장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 회장의 판단에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6.0%로 신한카드 21.8%, KB국민카드 13.6%에 비해 한참 낮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우리금융의 카드분사와 관련해 “절대 될 일이 없다”고 단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의 그룹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작부터 거대한 암초에 걸린 모양새다.

우리금융 자본 확충 계획도 난관에 부딪혀 있다. 우리금융은 증자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지주사와 계열 지방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시장 경쟁력 강화가 자본확충 추진의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증자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의 고액배당 계획에 대해 금융당국에 이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까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점도 이 회장의 고민이다.

우리금융의 최대 숙원인 민영화 재추진도 뚜렷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도 민영화 재추진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제반여건을 검토하는 등 기초적 수준의 논의는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불안한 대내외 금융시장 여건이 문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민영화 재추진을 언급할 만한 수준의 얘기가 오가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추진 전략들이 정부의 벽에 막힌 것은 이 회장의 설익은 발언으로 금융당국의 오해를 불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설익은 발언이 오히려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오해를 자초한 경향이 있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부를 설득, 사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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