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두꺼운 쇠창살이 쳐진 낡은 사무실에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동에 위치한 강남 명품 전당포 ‘오아시스’의 모습은 이런 이미지와 판이하게 달랐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객들이 맡긴 각종 귀금속 등이 눈길을 끌었다.
청담동 명품 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명품 담보 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부업체다. 명품시계, 명품 브랜드 가방, 쥬얼리, 대형 또는 수입 자동차, 고가의 카메라, 노트북 등을 담보로 맡길 수 있다. 강남지역에 이런 명품 전당포가 6곳 정도 있다.
고영모 오아시스 대표는 “일단 고가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나 유흥업종 종사자 등 특수직업군들이 많이 찾는다”라며 “연령대로는 30~40대가 가장 많고 남자 고객들이 65% 정도 된다”고 말했다.
통상 담보를 전문 매입업자에게 넘겼을 때 책정되는 가격의 90% 정도까지 대출해준다. 이자는 다른 대부업체와 마찬가지로 연 39% 수준이다. 이자는 다른 곳과 똑같지만 담보가 있기 때문에 대출 거절이 적다.
고 대표는 “하루에 보통 4~5건의 대출을 해주는데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고객 중 35%는 무방문으로 대출을 받아가는데 퀵 서비스로 담보 명품을 보내면 우리가 이를 심사해 대출을 해주는데 까지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린다”라고 말했다.
물론 가짜 명품을 들고와 대출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한 달에 한 건 정도는 이런 케이스가 생긴다고 한다.
고 대표는 “고객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충 진가(眞假)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가짜 명품을 선물 받아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경우는 판별하기가 힘들다”라며 “진가 여부를 판별하고 명품의 가치를 제대로 심사하는 게 이 사업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당연히 담보로 맡긴 물건이 처분된다. 하지만 담보물 처분 가격에서 채무액을 제외한 잔여금액은 고객에게 다시 되돌려준다. 이게 강남 명품 전당포와 우리가 알고 있는 전당포의 차이점이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추심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계속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연체 이자가 계속 붙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일도 없다.
이 때문에 고 대표는 명품 전당포를 대체금융이라며 틈새 시장으로써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도 이곳을 찾아와 영업 방식을 문의하기도 한다.
고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판매 대행 서비스나 마찬가지고 영업하는 입장에서도 뒤끝이 없다”라며 “지사를 모집하는 등 사업을 더욱 확장해나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