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캡틴]넥슨 이은석 실장

입력 2012-01-25 11:24 수정 2012-01-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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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그릇에 담아낸 동양정신, 해외 게임시장서 통했죠"

▲이은석 넥슨 코리아 데브캣 스튜디오 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강남 신사동 131 아트홀에서 20일 개막하는 넥슨 게임 아티스트 기획展 'BORDERLESS'의 기획 의도와 테마 등을 말하고 있다.(사진=임영무 기자)
연초부터 국내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게임사는 물론 국내 중견게임사들까지 내노라 하는 대작들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상을 노리는 중견업체는 물론 선두 업체들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대작들이 몰려 경쟁이 격화되면 결국 작품의 완성도가 승부를 것이라는 분석에서 게임업계는 퀄리티(품질)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말 일본증시 상장, 국내 게임회사 최초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넥슨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넥슨은 게임업계 최초로 ‘보더리스(BORDERLESS)’라는 기획전을 열었다. 넥슨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앞선‘비주얼’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전은 온라인 게임의 비주얼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은‘마비노기 영웅전’개발 감독(디렉터)를 맡은 이은석 실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실장은 게임 개발 현장에서 캡틴으로 통한다. 게임업계에서 그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차세대 온라인 게임 디렉터로 알려져 있다. 디렉터는 배로 치면 선장(캡틴)에 해당하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보더리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이은석 실장을 만났다.

◇잘 팔리는 게임 보다 퀄리티 높은 게임 추구=이번 전시회의 주요 테마이자 이은석 실장의 최근작‘마비노기영웅전’은 전작을 뛰어넘는 비주얼(visual) 요소, 특히 온라인게임 중 최고의 캐릭터 모델링을 구현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주얼은 게임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얼굴이자 게임의 집중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실장은 개발기간 동안 디렉터와 아트디렉터(AD)의 1인2역을 통해 마비노기 영웅전의 비주얼 퀄리티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은석 실장은 1995년 대학 재학중 게임업계에 입문해 기획, 개발, 아트디렉팅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게임학과가 없던 시절 운 좋게 공대에 속한 산업디자인과(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다. 1997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본격적으로 게임업계에 뛰어들었으며 2002년 넥슨데브캣스튜디오 디자인 팀장으로 입사했다. 2006년 이 실장은 마비노기 후속작 영웅전의 개발총괄을 맡았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매출보다는 수상으로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다. 2010년 국내 시장에 선보인 마비노기 영웅전은 같은 해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해 6개 부분을 휩쓰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기술창작상 4개 부문을 석권한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기술창작상은 기획·시나리오, 게임사운드, 게임그래픽, 게임캐릭터 부문 등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실장은“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면서“잘 팔리는 게임도 중요하지만 퀄리티(품질)가 높은 게임을 만들고자 고민을 많이 한 것을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문화교차로…크로스 전략으로 해외공략=마비노기 영웅전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2011년 10월 북미와 유럽에서‘빈딕터스(Vindictus)’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11월에는 일본에 진출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마비노기는 크로스 전략으로 소위 ‘해외에서도 통하는 게임’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은석 실장이 구상한 크로스 전략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 되 동양의 정신은 그대로 계승해 자주강국을 만들자는‘동도서기(東道西器)’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차로 역할을 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면서“서양의 진보한 기술을 가지고 동양의 콘텐츠(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비노기 영웅전은 대범하고 창의적이면서도 디테일이 뛰어난 근접격투액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또 비주얼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섬세한 그래픽을 선보였으며 공격방향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거나 전투를 거듭할 수록 갑옷이 녹스는 효과 등 현실감을 반영해 해외 유저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테일에 강한 전통게임의 강자 일본, 온라인 시장의 신흥강자 중국, 기술력이 앞선 대작게임 종주국 미국 등의 강점을 창의적인 콘텐츠에 구현한 덕분이다.

◇올해 새로운 프로젝트 올인…마영전 뛰어넘는 작품될 것=올해 이은석 실장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봄까지 마비노기 영웅전의 디렉터로 일하던 이 실장은 작년 4월부터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기획전이 마무리 되면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올인’할 계획이다. 세간에는 이 실장이‘마비노기2(가칭)’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PC플랫폼을 발판으로 성장한 온라인 게임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성장으로 전기를 맞았다”면서 “새로 준비하는 게임도 이런 변화에 맞춰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준비중인 신작이 마비노기 영웅전을 뛰어넘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알 것”이라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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