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션은 라이프다

입력 2012-01-26 10:45 수정 2012-0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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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스타일멤버스 대표이사

누드조차 패션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옷의 의미는 무엇일까.

구약성경 창세기 3장을 보면 “이에 그들 눈이 밝아 자기 몸이 벗은 줄 알고 무화과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라고 나와 있다. 인간이 옷을 입게 된 이유에 대해 이성에 눈을 뜨면서 ‘거시기(恥部)’를 가리게 됐음을 알려 준다.

그런데 우리는 옷에서 언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은 옷은 무엇을 가리고 몸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세계패션사’(앤더스 블랙-매쥐 가랜드 공저)를 보면 ‘옷은 자연으로부터 방어와 품위에 대한 열망, 그리고 성적 매력을 드러내 보이려는 욕망’의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성적매력의 발산은 패션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사실 옷은 하나의 천에 지나지 않았다. 한 장의 천 조각이 최초의 패션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옷을 바느질 등으로 꿰매어 입기보다는 그냥 몸에 둘렀다가 맞다.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인인 처음으로 바지를 재봉했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은 스커트, 아시리아인은 튜닉, 이집트인은 센티, 그리스인은 히마티온, 로마인은 호가로 불리는 한 장의 천을 몸을 걸친 것이다. 이런 옷 기능을 지닌 천의 덮개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호가는 로마귀족들이 입는 옷이었다. 앵글로색슨족은 농부에게 고급리넨으로 만든 망토는 입지 못하게 했다. 이는 옷이 신분과 계급을 나타내는 방식이었음을 알게 한다.

18세기 들어 여성들은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개미허리’를 만드는 코르셋 등 보조속옷을 착용했다. 흥미로은 사실은 19세기 초 남성들도 허리를 조이고 히프를 빵빵하기 위해 이 같은 코르셋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편안한 옷이 등장한 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때부터. 특권의식이나 부의 상징을 나타내면 모두 '단두대‘에 가는 공포정치의 시절 탓에 앞다투어 자유롭고 심플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 19세기 중반 방직기술은 직물가격을 낮췄고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옷을 일반인들이 입기시작했다. 이때 프랑스 파리에 패션살롱이 문을 열었고 옷입은 마네킹이 등장했다. 패션산업의 물꼬를 텄다.

20세기 들어 TV, 영화, 신문 등 미디어 발달로 패션유행주기가 짧아졌고 1960년 블루진 문화가 유행하면서 옷은 유니섹스형태를 변화돼 권위와 상식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옷은 변화를 한다. 기나긴 역사속에서 소매부터 단추까지 변화되지 않는 것은 없다. 이 때문에 ‘패션은 살아 숨 쉬는 생물 같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전 그동안 만들어오던 신사복의 틀을 깰 계기를 만들기위해 일을 잠시 접었다. 그리고 15일간 걸어서 국토순례를 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서울까지 하루 50km씩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패션이 뭘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바닦이 갈라지고, 물집이 생기고, 오로지 걷기만 하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그러자 순간 새로운 패션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사복은 장치산업이다. 자동차처럼 부속품이 많다. 이는 패션의 종결자다.’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옷은 인격을 나타내는 매개체이고 신분을 나타내는 결정체와도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2의 피부인 옷, 이제 옷은 단순히 옷이 아니다라는 것. 옷은 그 이상의 라이프라는 것을 옷은 만든지 15년만에 깨달았다.

/이창용 스타일멤버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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