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시청률, 연말 시상식 2관왕. 배우 최정원의 첫 메디컬 드라마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드라마 종영 후 지혜와의 이별에 한창인 최정원을 지난 27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최정원은 ‘브레인’에서 신경외과 전공의 3년차 윤지혜로 분했다.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해 치프 자리에 올랐을만큼 똑똑하고 근성이 있지만 천성은 누구보다 따뜻한 의사다. 공부에만 매달려있었던 탓에 사랑엔 젬병이었던 지혜는 드라마가 방영된 2달 동안 ‘나쁜 남자’ 이강훈(신하균 분)에게 빠져 마음고생을 참 많이도 했다.
“지혜는 늘 공부만 했으니까…. 사랑에 있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어요. 그런 순진한 친구들이 나쁜 남자의 매력에 훅~ 빠져들잖아요. 지혜는 강훈이에게 낚인 거예요.”
‘브레인’은 메디컬 극의 특성상 의사로서 성장해가는 이강훈의 호투가 주된 스토리였다. 이 굵은 줄기에 푸른 잎을 더한 것이 강훈과 지혜의 러브라인. 지혜는 강훈이 냉철함 뒤에 숨겨둔 따뜻함을 끌어내는 촉매재 역할을 했고, 이는 여성시청자들의 ‘강훈앓이’로 이어졌다.
드라마였으니 망정이지 실제로 그런 사랑을 했다간 마음을 다치기 십상이다. 최정원은 “강훈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치명적인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쁜 남자였다”면서 “기운이 빠져 포기할 때쯤 되면 당근을 주는데 문제는 이 당근의 달콤함이 엄청나다는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강훈앓이’는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이었으니 강훈의 나쁜 남자다운 면이 고맙지만, 실제로 그런 남자가 다가온다면 절대 사양이다. 최정원은 “지금의 나라면 하지 못할, 하지 않을 사랑”이라면서 “상처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빠져드는 용감함이 쉽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지혜는 용감했고 연기를 하면서 부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최정원은 “여운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고 오래 계속될 것 같다”면서 “촬영할 때는 메디컬극이라서 더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압박이 컸던 탓에 종영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는데 정작 끝나니 시원하지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캐릭터와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짐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드라마 촬영기간 미뤄뒀던 광고 촬영, 화보 촬영 등 스케줄이 산더미이지만 한동안은 지혜를 떠나보내는 시간으로 정해뒀다. 그는 “한동안은 지혜를 예뻐해주면서 지혜와의 추억에 젖어있을 것 같다”면서 “드라마 다시보기도 하고 팬들이 만들어준 패러디 영상도 보고 있는데 자꾸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말했다.
‘브레인’을 통한 생애 첫 메디컬극 도전은 최정원에게 있어서 가능성을 엿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대중에게 최정원이 그릴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선보여 또 다른 모습에 대한 기대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드라마 종영 전부터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졌으니 일말의 성공을 거뒀다 할 수 있다.
극중 안타까운 사랑의 잔상탓일까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한층 커졌다. 아무래도 차기작에서는 최정원의 애잔한 멜로 연기 만나게 될 것 같다.
“호흡 하나, 손끝의 떨림까지도 관객에게 전달될만큼 섬세한 멜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굳이 대화를 하거나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도 두 사람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잖아요. 감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나서 최정원의 또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메디컬극 재도전은 글쎄…. 한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