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우리 직원을 보호하는 게 우선.”
최근 KPI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콜센터 여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사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객이 욕을 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면 콜센터에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정태영 사장은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콜센터에 전화걸어서 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험한 욕을 퍼부으면 두번 경고 안내 후 전화차단하는 정책을 입안했다”라며 “비록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이다”라고 말했다.
고객 응대가 끝나기 전 콜센터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카드사 콜센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콜센터는 고객이 먼저 전화를 끊기 전에는 콜센터 직원이 전화를 끊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또 성희롱 고객을 대응하는 매뉴얼을 마련한 회사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 사장이 자사 콜센터 직원 보호에 나선 것은 ‘고객은 왕’이라는 회사 방침을 악용한 ‘폭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여성단체 민우회의 ‘콜센터 여성 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콜센터 여직원 가운데 36.7%가 성적 농담 등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정 사장은 보다 유연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금융권에서 성과지표로 보편화된 KPI(Key Performance Index)를 폐지하고 정성평가를 강화키로 하는 등 ‘낯선 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