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승자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러시아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다.
안으로는 정치 혼란, 밖으로는 유럽 경기 둔화 등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러시아에서는 자본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 급등과는 무관하게 계속 확대하는 자본 유출은 러시아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4일 총선 부정 파문을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소련 붕괴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신흥 지식층과 중산층의 주도로 시작된 반(反)푸틴 시위는 발발 2개월이 가까워진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지속,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는 단순히 푸틴에 대한 불만 차원을 넘은 ‘권력 이동(파워 시프트)’이라며 러시아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재선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시위도 중동·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
시장은 그러나 러시아 중산층의 영향력 확대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의 순자본유출액은 전년도의 2.5배인 842억달러로 확대했고, 올해도 이같은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BNP파리바의 유리아 트프랴에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채무 위기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러시아의 정치적 리스크가 새삼 부각됐다”며 “특히 정치에 민감한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러시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의 4.1%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이는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이 침체할 경우 러시아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오드 펠 블랙 IMF 주재 러시아 대표는 지난 1월26일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는 작년에 재정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가 강세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며 “원유 수입을 제외하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달한다”고 말해 자원 의존도 높은 러시아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세계 경제 둔화로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 러시아 재정은 맥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랙 대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러시아는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유가 없다”며 푸틴 총리가 내세운 연금 지급 확대 등 선심성 정책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긴축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중산층의 불만 해소와 경제 개혁에 주력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