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내 소송에서 애플에 연달아 패소한 삼성전자가 결정적인 역풍을 맞이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 남용과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삼성은 최근 애플을 상대로 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가처분 소송과 독일 만하임 법원의 보안소송,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항소심 등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는 “삼성이 지난 1998년 획득한 필수 표준 특허권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특허는 국제적으로 표준이 된 필수 특허기술로 유럽에선 표준특허에 대해선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비차별적(프랜드, FRAND)’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랜드는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나중에 특허 기술 사용료를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표준 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 경쟁사의 제품 생산이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 제도이나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서는 삼성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특허침해를 이유로 경쟁사를 제소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반면 독자적인 디자인 특허를 보유한 애플은 마음먹은 대로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이미 패소한 삼성은 앞서 유럽의 프랜드 조항에도 발목이 잡혀 소송에서 패소한 경험이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작년 10월 애플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프랜드를 내세워 삼성의 판매금지 신청을 기각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들은 EU가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애플 등 경쟁사를 상대로 한 삼성의 대응에 대한 조사가 공식화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조사 착수는 집행위가 이번 사안을 중요 쟁점으로 취급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EU가 조사에 착수한 통신 표준특허를 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이모티콘 입력, 비행 모드 전환 아이콘 사용 등 일부 유저인터페이스(UI) 관련 특허만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업계는 현재 EU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단계로 위반 여부를 결정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소송전의 향방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