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미란 "못생겨서 캐스팅헀단 소리도…"

입력 2012-02-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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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싱퀸' 명품 연기 '명애'역

▲사진 = 고이란 기자
영화 ‘댄싱퀸’은 얼떨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된 황정민과 가수의 꿈을 안고 있던 엄정화가 댄스그룹 멤버로 데뷔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그린다. 연기력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황정민과 엄정화가 실명 그대로 출연해 맛깔스런 호흡을 과시한다. 그런데 영화를 자세히 보면 한 가지 꼭지점이 보인다. 전체 스토리의 핵심인 사건의 발단 말이다. 극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냥 똥을 팍 싸놔, 그럼 지가 뭐라 하겠어?” 극중 엄정화의 친구로 나오는 명애의 말이 그것이다. 그 대사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여러 영화에서 간간히 얼굴을 알려온 배우 라미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말 눈발이 휘날리는 한파를 뚫고 여의도에서 만난 라미란은 의외로 얌전한 풍모(風貌)였다. ‘댄싱퀸’ 속 ‘왕십리 빨간 망사’ 명애와는 딴판이었다. 오히려 여성스런 의외의 외모가 눈길을 끈다.

라미란은 외모 칭찬에 금새 “나도 자꾸 보면 꽤 괜찮은 얼굴이다”면서 “상당히 경쟁력 있는 외모다. 대체 어디서 이런 감독님들이 찾겠나”라며 웃는다.

그가 자랑하는 외모덕 때문일까. 길지 않은 스크린 경력 동안 정말 굵직한 작품들에 얼굴을 내밀어 왔다. 데뷔작 ‘친절한 금자씨’부터 ‘괴물’ ‘미인도’ ‘미쓰 홍당무’ ‘박쥐’ ‘거북이 달린다’ ‘헬로우 고스트’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관객 동원수로만 보면 ‘3000만 배우’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하마 관객동원 능력으론 내가 대한민국 최고 아닐까. 물론 각 작품 속에서 내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면서 “작은 역일수록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를 줘야 하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줬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을 감독님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고. 물론 외모도 한몫 했다”며 파안대소했다.

그에 말처럼 라미란은 이른바 내공이 상당한 숨은 고수였다. 서울예전 연극과 졸업 후 대학로와 뮤지컬 무대를 돌며 꽤 잘나가던 배우로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후 멀어진 배우의 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라미란은 “정말 ‘댄싱퀸’ 속 엄정화 캐릭터가 딱 내 모습이었다. 출산 후 ‘돌아갈 수 있을까’란 고민에 휩싸여 있던 당시 ‘친절한 금자씨’ 오디션 합격 소식이 왔었다. 정말 내겐 구세주였다. 지금의 라미란을 있게 한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친절한…’에서 라미란은 출소한 이영애에게 “그 새끼는 죽였어?”라고 묻는 감방 동료 수희로 출연했다. 순간이지만 범상치 않은 역할이다. 이후 그는 자신의 말마따나 외모덕을 본 것인지 이른바 작지만 쎈 역에 연이어 캐스팅됐다. 외모 덕의 결정판은 자신의 첫 주연작인 영화 ‘댄스타운’(2011). 이 영화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라미란은 이 영화에서 북한 탈북자 ‘리정림’으로 출연한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연출을 맡은 전규환 감독님에게 ‘왜 절 캐스팅 하셨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대답에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못생겨서 캐스팅 했다’0더라”며 또 다시 웃는다.

극중 강도 높은 베드신이 여러 번 등장한다. 주요 부위를 가리는 이른바 ‘공사’도 없이 촬영했단다. 당시 남편은 출연 상의를 하는 라미란에게 “하고 싶으면 해”라며 쿨하게 지원했다고.

라미란은 “남편의 응원 덕도 있었지만 내 스타일 자체가 판을 깔아주면 좀 휘어잡는다”면서 “‘댄싱퀸’때 정화 언니와 함께한 ‘슈퍼스타 K’ 부분은 거의 애드리브였다”고 귀띔한다.

그의 입을 빌리자면 당시 촬영에서 무조건 (대사를) 던지고 봤다는 것. 상황과 분위기에 녹아든 채 혼을 빼고 연기를 했단다.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 역시 그 장면에서 “마음대로 해봐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라미란은 “좀 아쉬운 게 극장 개봉에선 당시 애드리브의 5분의 1도 안나왔다. 뭐 내 맘대로 될 수야 없었겠지만”이라며 금새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인터뷰 내내 라미란은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연작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 기사를 물어봤다. 그는 “‘댄싱퀸’을 보고도 울었다”면서 순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주책인가 보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감성은 반대로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보고 울면 되게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한 걸 보면서도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난다”고 쑥스러워 했다.

감성에 걸 맞는 신파나 멜로 연기는 어떨까. 이내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사실 그런 연기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나한테 올까. 정말 예쁜 여배우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원하는 연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대답이 온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에 딱 들어 맞는다.“배우로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배역을 하고 싶다. 쉽게 말하면 ‘좀 불편한 배역’ 정도. 영화도 그런 ‘불편한 영화’가 좋다. 어디 그런 역할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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