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인(人)의 홀?’

입력 2012-02-06 09:37 수정 2012-02-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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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스코츠데일 TPC코스 16번홀(파3). 사진=PGA닷컴
‘9점’, ‘조용히 하시오’ 등 팻말이 등장한다. 가장 조용해야 할 골프장이 이 대회만큼은 예외다.

이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10만달러)은 세계골프팬들에게 재미를 두번이나 선사했다.

16번홀(파3·124야드)에서의 ‘홀리건’ 같은 갤러리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줬고, 지난주 7타차 역전패를 당한 카일 스탠리(미국)는 이번에는 8타차 역전승으로 극적인 복수전을 펼쳤다. 다만, 대상이 바뀌었다. 누구도 우승을 의심치 않았던 스펜서 레빈(미국)이 ‘희생양’이 됐다.

전세계 골프장에서 소리를 질러도 되는 홀은 단 한개도 없다. 그런데 대놓고 함성을 내지른다. ‘Be Quiet!’팻말을 들고 더 떠든다. 스코어를 매기는 갤러리도 있다. 갤러리도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많다.

명소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자리잡은 스코츠데일 TPC코스(파71·7216야드) 16번홀. 한 마디로 장관이다. 지붕이 있는 관람석에 둘러싸여 있는 이 홀은 최대수용인원 3만여명. 갤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한다. 잘 친 사람에게는 열화같은 응원을, 못친 사람에게는 야유가 쏟아진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살이 떨리기 마련이다.

경기 최종일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8타차를 뒤집은 카일 스탠리도 티샷한 볼이 왼쪽으로 당겨져 그린을 놓쳤다.

먼저 경기를 가진 스탠리가 어려운 파를 잡아냈고 함성이 터졌다. 이탓이었을까. 뒤팀으로 선두였던 스펜서 레빈은 버디를 잡기 쉬운 15번홀에서 세번째 샷을 아일랜드 그린앞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는 선수들도 있다.

3라운드에서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과 벤 크레인(이상 미국)은 티샷을 한 뒤 잠시 마이크를 티잉 그라운드에 세워놓고 노래를 부르며 랩을 했다. 크레인은 검은 오토바이 헬멧에 고글까지 쓰고 나와 갤러리를 즐겁게 했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모자를 여러개 쓴 뒤 티샷을 하고 나서 그린까지 걸어가면서 하나씩 관중석으로 던지는 서비스를 했다. 추최측은 갤러리가 4일간 60만명 이상 골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올해로 77회째. 1987년부터 대회장을 이곳으로 옮겼다.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진 외곽 지역이어서 ‘갤러리가 한명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16번홀 티박스 바로 뒤에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의 음식을 파는 텐트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이곳에 들러 맥주를 사 마시고는 술에 취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골프코스같지가 않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처럼 생겼다. 선수나 갤러리 모두 어느 스타디움에 와있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때문에 갤러리들의 시끌벅적함은 더 증폭된다. 이것이 재미다. 쉬운 홀이면서도 선수들에게 두려움이 되어 버린 이홀은 그래서 명소다. 25년 동안 8개의 홀인원이 나왔디. 올해는 없다.

오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서널GC 아멘코너인 13번홀이 ‘마(魔)의 홀’이라면 스코츠데일 TPC코스 16번홀은 ‘인(人)의 홀’이다.

‘스트레스’를 풀게하는 이 역발상은 주최측의 ‘귀신같은’ 마케팅으로 이어졌고, 갤러리들을 불러들이는데 대성공이었다. 발상의 전환이 미국골프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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