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교폭력대책 발표…일진지표 등 실효성은 의문

입력 2012-02-06 10:03 수정 2012-02-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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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7대 실천방안 담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반 만에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범 정부 차원의 조치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학교 내 ‘일진지표’가 만들어지고 학급당 담임교사가 2명으로 늘어나는 등 학교의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정부는 6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7가지 대책을 담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의 대책에 따라 교과부는 경찰청과 함께 학교폭력 서클과 일진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일진지표’를 개발해 운영한다. 정기적 조사 결과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거나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면 ‘일진경보’를 가동한다.

학교의 권한과 책임은 늘렸다. 학교장에게는 학교폭력이 일어나 피해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가해학생을 즉시 출석정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출석정지 기간 제한을 없애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유급시키고 학부모 동의 없이도 심리치료를 시키며 학부모를 소환해 학생과 함께 특별교육을 받게 한다.

학급당 2명의 담임교사가 책임지는 복수담임제를 올해 중학교에 도입하고 내년에는 고등학교로도 확대한다. 담임교사는 매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대1 면담을 하고 면담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지해야 한다.

학교 폭력 가해학생은 대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했다.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초·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한다. 학생부에 인성영역 특기사항을 구체적으로 적게 되며 2013학년도 입시부터는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 전형에서 인성을 적극 평가해 반영키로 했다.

또 피해학생이 오히려 전학을 가는 불합리성을 막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있는 피해학생 전학 권고 규정을 삭제한다. 사안이 중대하면 경찰이 피해학생을 일정기간 동행해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감독할 수도 있다.

아울러 체육수업을 늘려 학생들이 신체활동 욕구를 풀 수 있도록 했다. 중학교의 경우 체육활동 시수를 두 배로 늘리고 1개 이상의 스포츠클럽 가입이 의무화된다. 한편 △게임 중독과 관련 일정시간 후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쿨링오프제’도입 △청소년 이용 게임의 월간 이용금액과 아이템 거래 제한 등이 포함됐다.

미성년자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12세로 낮추는 방안은 계속 논의과제로 분류돼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진지표’ 개발 등 실효성 의문 = 교과부가 야심차게 대책으로 내놓은 일진지표는 모호한 개념 때문에 벌써부터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학교폭력 서클과 일진회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이 지표는 △폭력적·위압적 소모임의 존재 △또래집단 간 싸움 △위험한 물건의 반입 여부 △등교 공포로 인한 결석 유무 △교사에 대한 폭력 △학생들의 폭력 심각성 인식 정도 등이다.

하지만 일진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진지표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또래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어디까지 구분 지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 지도하기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학급 담임교사가 2명으로 늘어나는 복수담임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정담임 이외에 부담임을 두고 1, 2진 개념으로 업무를 분담하되 공동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교사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업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형사처벌 연령, 인권조례와 충돌 등 논란 남아 = 미성년자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12세로 낮추는 방안은 논의 과제로 남았다. 교육계에서는 요구가 있었지만 신체·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교육적 측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0년 교과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약 69%가 중학교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2~3학년의 폭력보다 많아졌다.

학교폭력의 중심이 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데다 최근에는 정서적·언어적 폭력까지 증가하는 등 복잡화·다양화 추세로 진화하고 있어 이에 맞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순갑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10년 전에는 중학교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 학교 폭력의 주된 연령층이었지만 현재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년으로, 주 연령층이 3년마다 한 학년씩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 광주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학교장이 가해학생을 즉각 출석 정지시킬 수 있게 되는 등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학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학생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반입 또는 사용금지 등의 규칙 제정을 추진할 경우 인권조례와 충돌, 일선 학교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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