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입력 2012-02-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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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타고…이젠 생존이 아니라 최고가 목표

침착하고 차분했다. 간간히 유머러스한 말도 던졌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 2일 우리투자증권 4층 강당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석, 1시간여 동안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SK텔레콤에 인수를 앞두고 유임을 확정지은 권 사장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 이후 반년 만이었다.

“반년 만이네요. 그 반년 동안 회사에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기업설명회 내내 그는 대주주를 새로 맞이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지배구조문제 해결”이라며 “대주주와 함께 새롭게 더 도약하는 해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황에도 흑자내는 기업 만든다 = 하이닉스는 지난해 3255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며 해외 경쟁사들이 큰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다만 작년 4분기 영업손실 1675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2770억 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점은 다소 아쉬웠다.

권오철 사장은 “지난해 시황이 안좋았지만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적자를 줄여 연간으로는 흑자를 달성했다”며 “시장 환경에서 흔들리는 과거와 달리 불황에도 연간 흑자를 내는 한층 강화된 생존력을 보여준 한해 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연간으로 적자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에도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는 또 “대주주와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서 메모리 부문의 세계 최고 역량을 갖추고 미래 준비차원에서 사업 다각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메모리 외에도 장기적으로 비메모리(시스템LSI) 분야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이닉스는 올해 계획된 4조2000억원의 투자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낸드플래시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D램의 경우 올해 초에 개발한 20나노급 D램을 2분기부터 양산해 연말까지 비중을 40%까지 올리고 개발이 완료된 20나노 낸드플래시는 조만간 양산에 들어가 연말에는 낸드 가운데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 사장은 “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선두와 큰 차이없이 경쟁할 수 있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조만간 삼성전자와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다툴 수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오래가고 좋은 회사 = 지난 2010년 3월 하이닉스의 수장을 맡은 권오철 사장은 ‘오래 가고 좋은 회사’를 표방하며 지속 수익을 낼 수 있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노력을 이어갔고, 미세화 공정 노력으로 후발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췄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 지배자 위치에 당당히 올라섰다.

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방송을 통해 ‘오래가고 좋은 회사’라는 기치를 내건 기업이미지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전신인 현대전자 시절 기업광고를 내보낸 지 10년 만이다. 규모에 걸맞지 않게 국민들의 인식이 낮다는 판단 아래,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권 사장은 “회사가 잘 운영되더라도 매물로 나와 있다는 느낌 때문에 직원들이 자부심에 상처받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며 “광고비도 아껴서 기술 투자를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제도 변화도 눈길을 끈다. 직위를 ‘선임-책임-수석’의 3단계로 단순화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연간 단위로 누적된 마일리지가 기준에 도달하면 해당 직위를 부여한다. 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매년 누적 평가해 보상에 반영함으로써 연속적으로 연봉 상승이 가능하게 됐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권 사장의 경영철학이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와 함께 하이닉스 제2도약 이끈다 =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권오철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권 사장은 2013년 초까지 사장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

하이닉스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현 경영진을 유임시키기로 했다”며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임이 확정되면서 권 사장은 SK와 함께 더욱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권오철 사장은 “SK와의 결합을 계기로 과거 생존 위주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과거를 홀로 풍랑을 헤쳐 나가는 상황으로 빗대며 “든든한 대주주, SK라는 큰 바람을 등에 업고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올해도 비록 불황의 파도는 여전히 높겠지만 하이닉스의 꿈을 향해 커다란 바람을 타고 전속 항진하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의 한 해로 만들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 사장은 이어 “하이닉스와 SK가 한 가족이 됨으로써 투자재원 및 우수인재 확보, 마케팅, 기술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며 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의 ‘함께 더불어 성공하는 성공공동체’ 정신과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SK 문화를 적극 융합해 하이닉스의 재도약을 위한 굳건한 토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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