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운전자금 조달과 채무 상환 자금 조달 창구로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STX팬오션은 지난 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발행하기로 했다. STX팬오션은 당초 약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채권발행이 흥행, 발행 규모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STX팬오션이 BW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시설 및 운영자금의 필요성과 함께 불확실한 금융시장과 지속되는 해운불황을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현금확보를 통한 재무 건전성 유지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채 금리는 연 4.24%(7일 기준). 채권 수요가 늘면서 2008년(평균 7.4%) 이후 2009년(5.9%), 2010년(4.6%), 2011년(4.5%) 등으로 금리가 계속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인 2004년 3.7%에 근접해 있다.
기업에 특정한 수준의 재무성과와 높은 이자 등 문턱 높은 은행보다 채권 발행이 활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SK텔레콤이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KT도 1600억원(20년 만기)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올들어 1월에는 GS칼텍스가 총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특히 그동안 채권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전자도 미국 법인의 반도체 공장 운영자금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485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채권을 해외에서 발행한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채권발행이 늘어난 데에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수요가 늘어난 네다 자산을 재분배하는 연초라는 시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와 우량 기업 중심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2, 3월 두달 동안 채권 발행을 통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오는 3월 31일부터는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표 주관사를 통한 수요 예측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130조4919억원. 지난 2010년의 112조9191억원보다 15.6% 증가했다. 특히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61조7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가 늘어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리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올해 상반기 회사채 만기도래에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기존 회사채 상환 목적이 45%에 달했기 때문이다.
채권발행이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는 총 2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24% 가량 많다”면서 “차입금 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의 일상화는 재정 병목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