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와의 전쟁으로 명성을 떨쳤던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설이 돌면서 세대교체를 앞둔 중국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라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왕리쥔 부시장은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오른팔로 지난 2008년 충칭시 공안국장에 발탁된 뒤 조폭은 물론 조폭과 연계한 공무원들을 구속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전일 충칭시는 왕 부시장이 병가를 냈다고 밝혔으나 모종의 이유로 숙청당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왕 부시장이 청두시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왕 부시장이 보 서기의 부패와 관련된 서류를 들고 미국 영사관을 방문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왕 부시장이 망명 시도가 무산된 이후 베이징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왕 부시장의 망명설에 대해서 “그는 청두 영사와 지난 6일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는 회의가 끝난 후 자발적으로 영사관을 나갔다”라고 강조했다.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는 보시라이 충칭시 당 서기는 오른팔인 왕리쥔 부시장의 급작스러운 퇴진과 망명설 등으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또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이 차기 중국 국가 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 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왕 부시장의 갑작스런 퇴진이 세대 교체를 앞두고 정치권이 권력 투쟁을 벌이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왕 부시장이 조폭을 비호한 혐의로 지난 2009년 잡아들여 다음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원창 전 충칭시 사법국장은 지난 2005~2007년까지 충칭시 서기를 역임했던 왕양 광둥성 당서기의 측근이었다.
왕양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로 태자당의 보시라이와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다투는 라이벌이다.
이번에는 왕리쥔이 실각하면서 공청단이 다시 반격을 한 셈이다.
보시라이는 최측근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미국 망명 시도설까지 돌면서 궁지에 몰린 반면 왕양은 지난해 가을 성 내 우칸촌에서 일어났던 시위 사태를 잘 마무리해 둘의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