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1 총선 공천신청 접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공천심사 기준에 반발한 예비후보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룰 뿐 아니라 공천 신청시 제출하게 되어 있는 140개 항목의‘자기검증 진술서’,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검증 진술서에는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음주운전, 이중국적, 골프 해외여행 여부 등 개인정보를 상세히 진술하게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본인 및 배우자, 자녀 등에 대한 검증 뿐 아니라 이혼 또는 재혼 여부, 민사소송 연루 이력, 골프회원권 보유 유무 등 소소한 것까지 포함됐다. 공천위원회는 각 항목에 해당 될 때마다 감점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공직후보 검증과는 거리가 있는 사항까지 ‘검증잣대’로 활용되면서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공천 신청을 하려는 예비후보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하려다 철회한 서울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9일 기자와 만나 “공천 신청을 하려다 진술서 항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무리 도덕성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불합리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다른 한 예비후보도 “사람의 잘잘못, 범죄유무에 대한 최종 판단을 사법부가 하는 것인데, 사법부로 부터 잘못이 없음을 인정받아도 민사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 불이익을 받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굴욕적이면서도 납득하지 못할 기준으로 심사를 받느니 탈당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공천 탈락시 해당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자필 서약서 또한 법의 제약을 받지는 않지만 정치적 신의 문제로 불거질 소지가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대구 서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백승정 대구지역균형발전연구원장은 “새누리당이 공천신청자 전원에게 탈락 시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공민권을 제한하는 꼼수정치”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미 탈당한 예비후보가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혀 당분간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가 등장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연대’의 출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정책도 좌클릭을 하면서 보수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보수 정통성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 등에서 의외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실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자는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접수 첫날인 지난 6일에는 단 2명만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공천위는 이날 공천 신청 기간 연장과 추가 공모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