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기(國基) 흔든다

입력 2012-02-10 11:06 수정 2012-02-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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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무분별한 반(反)시장적 총선 공약 남발로 국가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정권 말에 치러지는 4·11 총선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무엇보다 태반이 재원조달 방안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부실정책’이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18대 국회 공약의 35%만이 지켜졌다는 통계가 나온 것처럼‘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19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중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병사월급 인상이나 대학등록금 인하 뿐 아니라 무상보육비 지원, 고졸자 생활비 무상 지원 등은 재원마련 대책도 없다. 9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된 18개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해 현행 예금보호 한도액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과 불완전 판매로 인정된 후순위 채권 매입액의 55% 가량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러다간 정부 예산이 바닥을 보이게 생겼다. 결국 정부는 대기업과 부자 중세로 예산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실제 여야는 대기업·부자증세 방안으로 금융자산 과세, 재벌의 계열사 과다 보유에 대한‘재벌세’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진즉부터 나왔다. 동시에 마련되고 있는 대기업 규제책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철회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출총제를 없앴는데 다시 부활하자는 것은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또 순환출자 금지가 시행되면 대기업의 계열사 대량 매각사태와 신규 인수·합병(M&A) 및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초래될 건 불보듯 뻔하다.

보다 못한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 “재정이나 기업 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가져오지 않는 선에서 (공약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나라살림을 다루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제되지 않은 정책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모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 만능주의의 환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여야의 공약은 이게 끝이 아니다. 향후에도 교육과 대기업을 겨냥한 정책들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무책임한 공약은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 유권자들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공약의 시비를 확실히 가려 다시는 묻지마식 공약이 여의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의 단호한 심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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