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여파에 따른 국내 제약사의 인력 감축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중소제약사인 삼일제약이 지난해 말 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같은 시기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등 다국적 제약사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은 있었으나, 국내사가 약가인하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일제약은 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5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주요 품목의 약가인하로 매출액이 감소해 지난해 10월, 11월 영업, 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전체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1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며 “이로 인한 일시적인 인건비 지출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일제약의 경우 의약품 효능을 재평가해 약값을 깎는 복지부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의 영향으로 주력 품목의 가격이 20% 하락하면서 실적악화를 겪게 됐다. 이는 곧 인력과 품목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삼일제약의 사례를 시작으로 중소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4월부터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특허만료 오리지널 및 복제약)의 가격이 53.55%로 인하되면 제약업계는 연간 1조7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정통한 한 노무관리 전문가는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낮은 약가를 감당하기 위해 신규채용 중단이나 감원은 물론, 기존 직원들의 임금 동결과 삭감을 실시하는 중소 제약사들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