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지금 ‘옷값 거품빼기 중’

입력 2012-02-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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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PA 공습’에 초강수…가격인하에 자체 SPA 출시까지

국내 패션업계는 연초부터 ‘옷값 거품 빼기’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옷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판매일괄) 브랜드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가격인하’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인디에프 등 중견업체까지 ‘거품 빼기’바람이 의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견 패션업체인 인디에프는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예츠의 봄 신상품 가격을 30~40% 인하한다. 재킷과 팬츠, 코트, 스커트 등 판매량이 많은 주요 14개 품목에 대해 소비자 가격을 낮춘다.

예츠 관계자는 “글로벌 SPA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내리게 됐다”며 “주력 제품의 생산·판매 물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예츠가 주요 품목에 대해 상시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인디에프의 남성복 브랜드 트루젠도 올 봄 신상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품빼기 열풍은 지난달 26일 국내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이 ‘한국형 SPA변신’을 선언하고 봄 신상품 가격을 최대 50% 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뒤이어 LG패션의 신사복 브랜드 ‘타운젠트’가 옷값을 내렸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톰보이도 가격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SPA의 공세에서 비롯된 패션업계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측은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빠르게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패션업계는 가두점 중심으로 판매하고 유통단계를 최소화하며 가격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전략이다. LG패션 관계자는 “타운젠트가 백화점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거리 독립매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조절이 가능하고, 유통과정을 줄임으로써 가격을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톰보이의 경우 자가 공장에서 옷을 생산하고 유통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SPA의 약진이 몰고온 가격인하 열풍은 가격인하를 넘어 자체 SPA 출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아상역의 메이폴은 SPA 브랜드로 전환했고 제일모직은 이달말께 ‘에잇세컨즈’라는 SPA브랜드를 내놓으며 글로벌 SP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글로벌 SPA에 눈을 돌림에 따라 위기를 느낀 국내 브랜드들이 뒤늦게 가격거품 걷어내기에 나섰다”며“가격거품 빼기 열풍은 단순히 일시적 할인에 그치지 않고 의류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동시에 국내 브랜드들의 SPA 육성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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