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라면 장 마감 이후 나오는 금감원 전자공시를 더 챙겨라.”
주식을 좀 한다는 투자자에게는 기본 상식이겠으나 막 시작하려는 초보 투자자에게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실적발표 시즌에는 더더욱 그렇다.
실적발표 시즌 동안 주식시장이 마감한 이후 사람들의 이목이 덜한 시간에 악화된 실적 공시를 내는 상장사들, 이른바 ‘나꼼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주식매매 시간에 악화된 실적 공시가 노출 돼 발생하는 주가 하락을 피해보겠다는 속내이다. 한편으론 실적 공시가 기사화 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요행을 바랄 수 도 있다.
본 기자가 공시 당번을 맡은 13일에도 그랬다.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작년 한해 동안 경영실적이 개선된 상장사들의 실적 공시가 주류를 이뤘다. 실적이 악화된 상장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매매시간에 실적 공시를 낸 전체 상장사들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장 마감 이후 분위기는 일변했다. 실적 공시를 내는 상장사 마다 경영실적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기본이요 ‘적자전환’, ‘적자지속’의 향연이었다. 수십억원 영업이익이 나던 회사가 수억, 수백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거나 수억원 적자를 내던 회사의 적자 규모가 수십억, 수백억원으로 급증했다. 또한 매매시간과는 정반대로 경영실적이 개선된 상장사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이와 같은 일부 ‘나꼼수’ 상장사의 공시 표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단 실적 시즌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담은 중요 공시는 장 마감 이후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식시장에 갓 발을 담그는 투자자들이 장 마감 이후부터 저녁 7시까지 나오는 공시를 챙겨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