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내 한 카페에서 정성화를 만났다. 첫 마디는 자신의 출연작 ‘댄싱퀸’ 얘기다. 주인공 황정민의 친구‘종찬’으로 출연했다. 15일까지 ‘댄싱퀸’ 누적관객동원수는 33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8일 개봉 후 줄곳 박스오피스 3위권을 유지 중이다.
정성화는 “나도 이제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생겼다. 좋은 선배님들과 나를 선택해준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화 속 ‘종찬’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했다. 주인공 ‘황정민’의 친구이자 국회의원이다. 솔직히 지금의 정치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청렴결백한 인물이다. 정성화와 국회의원, 솔직히 전혀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 아직도 그의 얼굴을 보면 진지함보다는 웃음끼가 가득 베인 얼굴이다. 개그맨 출신의 이미지 한계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는 “처음 제의 받은 역할은 황정민의 동생 역이었다”면서 “동생역은 누구나 내 이미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그게 솔직히 싫었다. 시나리오 검토 끝에 ‘종찬’역이 너무 끌렸다. 감독님에게 그냥 졸랐다”고 털어놨다.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의 의향은 어땠을까. 직접 들어볼 수는 없었지만, 정성화의 입을 빌리자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웃었다. 자신의 매니저에게 ‘성화가 가능할까’라고 되묻기도 했단다. 주변의 우려가 커지자 정성화의 오기도 더욱 커졌다.
정성화는 “첫 촬영이 끝난 뒤 감독님의 눈치를 봤는데, 꽤 만족스러워하시는 분위기였다. ‘휴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자. 이후부턴 정말 편하게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면서 “황정민 선배나 엄정화 선배의 친구로 나온 라미란이 대학 동창들이라 꼭 동창회 하는 분위기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개그맨 출신의 딜레마가 그 부분이다. 출연 분량에서의 임팩트를 이른바 ‘따 먹는다’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우면 괜찮은데 대부분이 오버하게 된다”면서 “이번 ‘댄싱퀸’에선 정민 선배나 감독님이 정말 친절하게 모니터링을 해주면서 내 연기의 수위를 조절해 주셨다. 나 자신의 연기에 대해 좀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그런 겸손은 개그맨 출신으로서 갖는 일종의 콤플렉스 커밍아웃과도 같았다. 정성화는 한때 감독들에게 ‘개그맨 출신이기에 이런 연기는 안 될 것이다’ 란 일종의 선입견에 휩싸여 있기도 했었다. 때문에 그것을 깨기 위해 스스로 독해졌단다. 방법은 간단했다.
정성화는 “분명 그런 선입견이 아직도 있는 것을 안다. 그래서 조연 단역 카메오 등 가리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면 출연 중이다”면서 “언젠가는 개그맨 출신이란 리스크를 걸고서라도 나를 쓰겠단 확신을 반드시 심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좀 더 나아가 봤다. 정성화는 자신을 필요 한다면 작품 속에 스스로를 99% 이상 맞춘다. 때문에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중구난방’격의 선택이 많다. 코미디부터 액션, 로맨스, 블록버스터 등 한마디로 ‘정성화=의외성’의 등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정말 제대로 봤다. 내가 그 의외성을 즐긴다. ‘정성화가 가능할까’ 이러면 죽어라 연습해 해내고 만다. 그때의 희열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된다. ‘댄싱퀸’도 그랬다”며 진지해 진다. 앞으로 자신의 의외성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알고보면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인 그런 인물 말이다. 이런 배역이 있다면 꼭 소개해 달라”고 금새 웃음을 띠었다.
“극중 엄정화 선배의 댄싱퀸즈 의상을 입고 OST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겠습니다. 단 450만이 넘으면 말입니다. 여러분 얼마 안 남았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