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 기수는 지난 1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1000m 제4경주에서 ‘볼타’(3세, 암말, 13조 이희영 조교사)에 기승, 강력한 우승후보인 ‘백운산성’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준마들이 출전해 혼전이 예상됐지만 4코너 이후 외곽으로 진로를 확보한 ‘볼타’는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정상에 올랐다.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에게 데뷔 후 통산 500승을 선물을 안겨줬다.
1976년 17살의 나이로 기수로 데뷔한 이희영 조교사는 86년 조교사로 변신, 1987년 그랑프리를 제패한 ‘청하’와 2009년 일간스포츠배를 우승한 ‘칸의제국’을 배출한 명 조교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8월에 데뷔한 이혁기수는 지난해 10월 마수걸이 첫 승을 포함 2승 기록한 지 약 5개월 만에 개인통산 3승과 함께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를 현역 17번째 통산 500승 사령탑으로 올려놨다.
아들로부터 뜻 깊은 선물 받은 이희영 조교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지만, 솔직히 힘든 기수로 시키고 싶지 않았어요”였다. 말과 함께 30 여 년을 살아온 이희영 조교사의 이력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희영 조교사에게 아들이 기수가 된 이유에 대해서 묻자.
“기수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데 자식한테까지 시키고 싶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면서 ‘(이)혁이는 공부도 잘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희영 조교사는 끝내 자식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항공기계과를 다니는 혁이가 기수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막고 싶었죠. 그래서 군대를 다녀와서 경마 교육원(기수 양성학교)에 들어가면 말타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덜컥 합격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여기에 어머니 유승영(52) 씨의 든든한 지원도 이희영 조교사가 이혁의 기수가 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조교사는 “아내는 아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겠다는 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이희영 조교사가 아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가 말을 타고 훈련시키는데 소질도 있고 즐기기 때문이다. 천재보다 노력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리를 믿고 있는 이희영 조교사다.
“혁이는 새벽 4시에 나와 경주마를 훈련시키는 고된 일도 행복하다네요. 솔직히 전 훈련할 때만큼은 아버지가 아닌 지도자로 대하거든요. 전 경주마에 대해서는 엄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혁이는 잘 따라와요. 말을 좋아하고, 경주마의 숨어있는 능력을 볼 수 있는 기수니까. 오래갈 겁니다. 혁이와 함께 다시 한 번 한국경마 최고대회인 ‘그랑프리’를 제패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혁기수는 자신의 결정이 당연했다고 설명한다. 10여년 기수로써 최선을 다하시고 조교사로 데뷔해 최고 명예인 ‘그랑프리’를 우승한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의 뒤를 잇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이혁 기수는 “어릴 때 우리집의 바람은 기수인 아버지가 다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열심히 말을 타고 조교사를 데뷔한 아버지가 데뷔한지 1년 만에 ‘청하’와 함께 그랑프리를 우승했을 때 아직도 기억한다”며 “아버지가 보여준 성실함과 말에 대한 열정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