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20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KB금융지주 명동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인력 구조조정을) 한 번 해보니 굉장히 힘들고 마음대로 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어 회장은 지난 2010년 7월 취임식에서 KB금융을 비만증 환자에 비유하며 과감한 체질개선을 강조했으며 지난해 국민은행 직원 32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실적 불량자 219명을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어 회장은 “(인력)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올해는 가능한 인력을 활용, 지점을 더 많이 낼 계획”이라며 “전체적인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모멘텀(Momentum)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지만 리스크(위험) 관리와 경영 합리화를 통해 경비를 절감,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게 어 회장의 각오다. 특히 인원을 최소화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해 영업이익을 더욱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전략방향을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영효율성 극대화’로 설정했다”면서 “리스크 관리와 경영합리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M&A 없다”= 어 회장은 최근 화두가 된 ‘탐욕스런 금융’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2조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해서 엄청난 줄 알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익을 낸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 회장은 “아시아 주요 은행들은 ROE가 1%대로 우리보다 높다”면서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듯 은행들이 적자를 낸다면 결국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은행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과연 전체 경제를 위해서 어떤 면이 좋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힘 실어 말했다.
또 그동안 KB금융은 동양생명, 우리투자증권, ING 아시아태평양법인 매각 등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언급돼 왔지만 올해는 M&A에 나서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어 회장은 “올해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M&A 계획이 없다. 오히려 자본적정성을 확대해 나가는 등 내실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뿐만 아니라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외 M&A 역시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어 회장은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유럽재정위기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지의 영업상황은 어떠한지 다각도로 스터디가 필요하지만 KB금융그룹은 아직까지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유럽의 은행들이 상당부분 M&A 대상이 된 것은 사실이나 현재 (KB금융이)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진출은 지금이 기회인 만큼 주어진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중국에 지점 3곳이 있고, 연말까지 1곳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그룹 본격 경쟁, 2~3년 후 전망”=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준비도 마쳤다. 어 회장은 “하나금융의 M&A는 충분히 예고된 이슈인 만큼 올해 경영계획에도 이를 대비한 전략들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KB금융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금융그룹의 4강 체제가 이뤄졌으며 4대 그룹간 자산규모나 네트워크 등의 차이가 크지 않아 고객 유치 및 유치를 위한 영업 경쟁 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KB 고유의 사업모델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경기상황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이익창출 역량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 금융 시장의 선점과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될 부동산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KB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 그룹의 신성장 사업으로 정착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B금융그룹은 올해 창구에서 고객이 직접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브랜치’를 상반기 중 개점할 예정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한 차별화된 부동산 연계 상품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4대 금융그룹간 영업경쟁이 당장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어 회장은 “하나금융의 합병체제가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익구조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최소한 2~3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4개 금융그룹의 본격적인 영업 경쟁 등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담=강 혁 부국장 겸 금융부장/정리=안경주 기자 ahnkj@ /사진=임영무 기자 darkroom519@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국제금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2010년 7월에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젊은 은행으로 거듭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대 초반 대학생을 주요 타깃층으로 삼은 ‘락스타(樂Star)’ 개점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단행했다.
또한 취임 1년만에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CEO-은행·지주회사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금융계 최고 영향력 있는 인사로 떠올랐다. 저서로는 ‘민족을 품고 세계를 꿈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