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2004년 11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합쳐지면서 생긴 노사간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터라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아주고, 조직을 정비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을 때다. 2001년 한미은행장에 올라 당시 은행권 최초 40대 행장이란 타이틀로 화려하게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한 하 행장의 포부와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십여년이다. 하 행장은 4연임 성공으로 현존하는 은행장들 가운데 ‘최장수 CEO’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하 행장이 7년 전 새해를 마주하면서 직원들에게 전했던 “은행은 변했습니다”라는 표현이 더할나위 없이 어울릴 만큼 금융환경도 달라졌다. 한정된 시장을 둘러싼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 의식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정작 화두를 던졌던 하 행장은 오히려 국내 은행권의 흐름과 역행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며 은행 안팎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과거의 당찬 CEO의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한 분위기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과 합병한 이후 가시적인 성장이 없었던 것은 물론, 때 되면 거론되는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소문에 조직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특히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수수방관 태도는 금융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주기 충분했다.
외부 악재도 하 행장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씨티그룹의 신용평가 강등으로 한국씨티은행은 자연스레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으며, 씨티그룹 본사에서 6000만 달러 규모의 비용을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은행 구조조정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용등급의 경우 지난해 말경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씨티은행의 장기외화채권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모기업인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조정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결국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신용등급이 유일하게 떨어졌다는 오점은 지울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신입직원 채용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공채에서 신입직원 50명을 뽑았는데 합격 통보 후 연수에 참여한 사람은 고작 14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은행은 본사 방침을 반영해 은행 경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현지시장에 적합한 방침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은 현지 은행장의 몫이기에 하 행장에 대한 실망감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그의 5연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