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벌그룹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드러낸 LIG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내부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LIG그룹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금융기관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242억4000만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한 구자원 LIG그룹 회장(77)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의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IG그룹은 지난 1999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모기업으로 하는 금융그룹이다. 2006년 7월 건영을 인수하면서 건설업에 뛰어 들었다. 이 과정에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법정관리 전에 되찾을 목적으로 불법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검찰측은 보고 있다. 즉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 1836억원 중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발행한 242억4000만원은 불법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LIG건설의 최대주주는 LIG그룹의 계열사인 ‘티에이에스’(TAS)다. TAS는 2009년에 SC한보건설도 인수했다. 건영과 한보건설 인수금액은 각각 2870억원과 302억원이었다. TAS는 대부분 금융권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금융권 차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TAS의 지분구조 덕분이다.
TAS는 2005년 4월 손해사정 서비스업과 콜센터 운영대행업체로 설립된 회사로서 LIG그룹 총수 일가인 구본상, 구본엽, 구창모, 구영모씨가 각각 14.31%씩 지분을 보유했다. 특히 건영을 인수한 뒤에는 LIG건설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다.
인수자금을 대부분 대출로 충당한 부분이 문제였다. 2010년말 TAS의 자본금은 1억1000만원이었으나 부채 총계는 3700억원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LIG건설의 운영자금도 주로 금융권 대출로 조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시중은행에서 1000억원 정도의 신용대출을 받았고 저축은행 등에서 8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추진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파동 때문에 대출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이 막히면서 올 3월 중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밖에 LIG건설의 부실을 막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돌려막기’를 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금융계좌에 계열사 자금이 유입됐는지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IG건설 관계자는 “3월 10일까지 발행됐다고 하는 242억4000만원어치의 기업어음 가운데 200억원은 차환발행이었고 신규발행은 42억원에 불과하다”며 “특히 같은 기간에 74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상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