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입車 업계조사…'가격 거품' 손본다

입력 2012-02-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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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5~6배 달하는 부품값·수리비도 조사…업계선 "합리적 가격"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가격과 유통구조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를 인하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도 가격 인하폭이 적고,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혹에서다.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신규 등록 대수가 사상 처음 1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20일 공정위와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한국도요타 등에 조사계획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수입차 가격 현황과 유통 구조가 외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들여다보고 특히 터무니 없이 비싼 부품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즉각 로펌 섭외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FTA 발표후, 수입차 거품 여전=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 발효로 관세가 낮아졌지만, 유럽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FTA가 발효된 뒤 유럽산 수입차에 붙던 관세 8%는 지난해 2.4%포인트 내려가 5.6%로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주요 모델의 가격을 평균 0.5%(평균 65만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도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형 528i 모델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약 0.7% 오른 6840만원에 책정했다. FTA가 시행된 지 반년도 안돼 관세인하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수입차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부품가격과 수리비 문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부품비는 국산차의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도 3.4배나 높았다.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가 1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시장이 급성장 함에 따라 서비스센터에 부품이 부족한 점을 이용해 중간 딜러들의 터무니 없는 높은 마진이 이같은 부작용을 이끌고 있다.

◇공정위, 칼날 어디로 가나 = 수입차 업계는 일단 조사에 성실히 응한다는 반응이지만, 불만 역시 만만치 않다. 수입차가 부유층의 사치품에서 이제 대중화의 문턱에 서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공정위의 조사가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공정위 요청에 따라 20일 관련 답볍 자료를 제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공정위가 수입차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것은 더러 있는 일로 그동안 합리적으로 가격책정을 해온 만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수입차 실태조사가 당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법인과 딜러 간 불공정 거래 관행, 금품 수수 등 업계에서 돌던 소문 전반에 대한 진상 조사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빠진 업체들이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례적인 가격 담함 조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업자 별로 매년 차량 가격을 두고 자체 감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편법적인 상황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2008년 수입차 법인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해 조사, 딜러들이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렉서스는 승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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