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권이 세계의 돈 줄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글로벌 자금 수요가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톰슨로이터를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금융그룹의 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240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비중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들 은행은 인프라 정비와 자원 개발 등 대형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융통해주면서 글로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출 규모는 미쓰비시UFJ가 98억달러로 세계 2위를 차지했고, 미쓰이스미토모는 83억달러로 3위, 미즈호는 57억달러로 7위에 올랐다.
이들 은행의 전년 순위는 각각 7위, 10위, 20위였다.
지난해 이들의 대출 규모는 전세계 2204억달러 중 10.8%를 차지, 톰슨로이터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대형은행들은 지난해 59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카타르 국영석유공사의 대형 천연가스 처리 시설의 건설·운영 자금을 댔으며, 미국 화력발전소 건설 자금 8억달러도 융통해줬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가 대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인도 3개 은행이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 은행의 세계 점유율은 14.5%였다. 다만 대출 금액은 320억달러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유럽 은행 중에서는 크레디아그리콜 등 4개 금융기관이 10위 안에 들었지만 대출 규모는 229억달러로 전년보다 8% 줄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만 당시 상위 10위권에는 미국 유럽 이외의 은행이 한 곳에 불과했지만 10여년 만에 세계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일본의 은행들은 자국 내 대출보다 해외 대출의 수익성이 더 높다는 점 때문에 해외 대출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10~20년 걸리는 장기 사업이 많아 부실 대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