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파격 인사 행보를 이어갔다. 이성태 전 총재 시절 인사들은 모두 후선 부서로 밀려났고 젊은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취임 2년 만에 김 총재가 ‘JS맨(김중수 사람)’을 위로 올리면서 친정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오는 4월7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부총재 후임으로 박원식 부총재보를 내정했다. 박 부총재 내정자는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한은에는 1982년에 입행했다. 지난 2010년 8월 김 총재가 취임한 이후 직접 부총재보로 발탁 승진시켰다. 총무국장을 맡은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이 때문에 박 부총재 내정자는 김 총재의 핵심 라인으로 꼽힌다. 김 총재의 신임을 배경으로 정부 기관과의 협력업무를 도맡았다.
박 내정자는 한은 살림과 관련된 일이 주요 보직이었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정책기획국, 금융시장국, 조사국 등을 거치지 않았다. 한은의 인사 관행을 뒤집는 파격 인사인 셈이다. 박 부총재보를 부총재로 내정한 것을 두고 김 총재 친정체제 구축의 완결형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총재보 내정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준일 내정자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정통 한은맨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사·연구분야를 총괄하는 한은의 부총재보에 오른 것은 파격이다. 결국 김 총재가 KDI 시절부터 관계를 맺어온 자기 사람을 부총재보에 앉히기 위해 청와대에 차기 부총재 후보로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성태 전 총재 시절 국장에 임명된 핵심 부서 국장들은 모두 후선 부서로 밀려났다. 이번 인사에서 이상우 조사국장, 민성기 금융시장국장 등 한은의 핵심부서장들이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정희전 정책기획국장은 지난달 한은을 떠났다. 김 총재는 한은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외에 서영경 국제연구팀장이 첫 여성 부장(금융시장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띈다. 김 총재는 평소 “퇴임하기 전에 여성 국장을 배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 한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급을 대거 국장으로 내정하고 핵심 부서장들을 물갈이 하는 등 기존의 인사 관행을 파괴한 것에 대해서 “한은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 결국 인사의 귀결점이었다” 등 부정적인 평가와 “정체돼 있던 인사관행을 깨뜨렸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