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실적 전망 제시에 몸을 사리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 중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전망을 제시한 곳은 5개 중 1개에 불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된 410개의 기업 중에서 86개 기업만이 올해 1분기의 주당순이익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크리스틴 쇼트 S&P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향후 전망을 확실히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며 “어떤 분야에라도 적용될 수 있는 일반론만 얘기할 뿐이다”고 전했다.
생활용품업체 콜게이트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 지역별 실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콜게이트는 해외사업의 매출 전망을 성장률로만 제시하고 환율변동을 이유로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콜게이트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P&G 역시 1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존 모엘러 P&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는 제품 가격을 인하해도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실적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펀더멘탈적인 변화로 인해 기업들이 실적 전망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인 신흥시장 마저 불안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웬디 니콜슨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미래 시장은 신흥시장”이라며 “신흥시장은 매우 불안정해 기업들은 실적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말부터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에는 신흥시장의 성장 여부가 변수로 특히 기술기업과 소비재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