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끝까지 말썽이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이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21일 새벽까지 11시간 이상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 지원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정부부채 비율을 오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목표치인 120%로 맞추는 방안들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로존은 그리스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민간 채권단이 손실부담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지만 은행권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IIF) 소장 등 민간 채권단 대표들과 손실분담 확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쉽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그리스 채무 비율을 현재의 GDP 대비 160%에서 2020년까지 120%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위해서는 55억 유로가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민간 채권단에 부담을 늘리려 하고 있는 셈이다.
민간 채권단이 손실부담을 늘려 55억 유로를 메우지 못하면 다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2차 구제금의 이자를 낮추거나 ECB와 유로존 중앙은행들이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도했다.
당초 그리스 민간 채권단이 기존 채권을 새 국채로 교환하는 작업에 투입할 계획으로 책정한 300억 유로를 줄이거나 이미 그리스에 지급된 100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에 대한 이자를 낮추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이 확정되면 내달 8일 민간 채권단이 국채 교환을 시작해 사흘 만에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계획대로 절차가 끝나면 내달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 유로의 국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를 둘러싼 먹구름이 쉽사리 걷히지 않으면서 유럽 경제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나면 유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하면서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산적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이 해결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이 악재를 딛고 회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스에 이은 차기 뇌관으로 꼽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데다 실물 지표 역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소식도 유로존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지난 8월부터 지속적으로 국채를 매입해온 ECB는 최근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고 전주에는 5900만유로의 국채를 매입했다.
ECB는 지난 2010년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해 총 2195억유로의 국채를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이 최종 승인되면 시장이 안정되면서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12국이 20일(현지시간)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EU 당국에 보냈다는 사실도 경기회복을 가속화하는 재료로 해석됐다.
EU 12국은 헤르만 반롬푀이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이 위기와 참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이 이같은 내용을 지지하고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구역인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이날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독일의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데스방크는 2분기부터는 경제 사이클이 탄력받을 것이라며 기업 신뢰도가 5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고 건설 수요와 개인 소비가 경제를 지속적으로 부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이 해결되더라도 유럽 경제가 회복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유로존 관계자들은 2차 구제금융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몇 달 늦추는 효과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줄이고 운용을 정상화하기까지는 1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월 예정된 총선 이후 그리스가 추가 긴축 약속을 지킬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