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에도 지난해 가계빚이 9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몰린 것도 가계빚 증가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지난해 12월 현재 91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66조원(7.8%)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규모는 67조3000억원 늘어난 201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2년 연속 65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당국의 규제를 무색케 했다.
부문별로는 가계대출 전년보다 60조6000억원 늘어난 858조1000억원, 판매신용은 5조4000억원 증가한 5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를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지난해 말 잔액은 642조7000억원으로 연중 46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55조9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22조4000억원 늘어난 18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로 보면 예금은행은 5.6%인 데 반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13.6%나 늘었다. 예금은행 위주로 가계대출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풍선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보험기관·연금기관 등 기타금융기관의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215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조8000억원(6.8%) 증가했다. 특히 보험기관의 대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보험기관은 주택담보대출, 약관대출 등을 중심으로 6조4000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중 가계신용은 22조3000억원 늘었다. 2010년 4분기 중 27조8000억원 늘어난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 중 가계대출은 19조원, 판매신용은 3조2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은행, 비은행, 보험기관 등 대부분의 기관들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판매신용은 연말 소비증가의 계절적인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연중 증가율로 보면 7.8%대는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어서 가계대출을 크게 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