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이 먼저 구제금융기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전문매체 ‘유로옵서버’가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전일 EU 측에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IMF 자금 제공 여부와 규모에 관한 결정은 오는 3월 중순 IMF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IMF 이사회는 제2차 그리스 구제금융 전반을 살펴보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로 구성되는 방화벽의 적절한 설정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도 염두할 것”이라며 “지원 규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3월1~2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ESM과 EFSF 기금이 증액하는지를 지켜본 뒤에야 IMF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 분담액을 결정할 것임을 밝히며 EU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IMF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과 관련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 130억유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2차 구제금융액 1300억유로의 10%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IMF가 실제로 130억유로만 지원하면 그만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국가들의 분담액이 커지게 된다.
IMF는 지난 2010년 11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1차 구제금융 지원 때는 총 금액의 3분의1을 분담했다.
유로존은 그동안 “IMF가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 이번에도 IMF가 1차 때 수준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U는 당초 항구적 유로존 구제기구인 ESM을 2004년 1월 출범시키며 동시에 임시기구인 EFSF를 폐지할 예정이었으나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자 ESM 출범을 오는 7월1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ESM의 구제기금 한도액은 EFSF와 합쳐 총 5000억유로로 설정됐다.
유로존 안팎의 전문가들은 ESM의 기금을 2~3배로 늘려야 위기를 사전 차단할 방화벽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독일 등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ESM 5000억유로에 EFSF의 잔액 2500억유로를 합쳐 7500억유로로 늘리는 절충안이 지난해 12월 제시됐고, EU는 오는 3월 정상회의에서 채택 여부를 검토한다.
올리 렌 EU 통화·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ESM 재원 증액은 IMF 지원 확대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면서 3월 EU 정상회의가 증액에 합의할 것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22일 기자 브리핑에서 “독일 정부의 반대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 현재 설정된 ESM의 규모는 적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