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29) 자금부

입력 2012-0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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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도 걱정, 모자라도 걱정 '錢의 전쟁'

유동성 관리 실탄 챙기는 소총수

금융위기 후 살얼음판 같은 나날

영업점 금리 놓고 원성 듣기도

“하루 하루가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다.”

시중은행 자금부 소속 은행원들은 2008년 8월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리먼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달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하루짜리 달러자금에 무려 10%대의 고금리를 주더라도 구해야 했던 그야말로 ‘전쟁’의 시기였다. 전쟁의 사령관이 은행장이었다면 ‘소총수’들은 다름아닌 자금부였다.

그로부터 3년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외화유동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A은행 P모 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외화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평일 밤 아홉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반납한 채 업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금부는 자산·부채 종합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은행의 유동성 및 금리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크게 원화부문과 외화부문으로 나눠 ALM(자산부채종합관리), 단기자금 관리, 시장조달, 투자유가증권 운용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다.

흔히 은행에 자금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쓰지 않는 돈을 무작정 쌓아둘 경우 이자만 빠져나갈 뿐 은행의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 따라서 자금부 직원들은 항상 조달과 운용의 적절한 조화에 대해 신경을 쓴다고 한다. B은행 S모 과장은 “단순히 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이자만 나갈 뿐”이라며 “항상 자금부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적절한 자금운용일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부 내에서 원화부문과 외화부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최근 몇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외화자금 확보가 강조되면서 외화부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게 바빠졌지만 원화부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하루하루 숨가쁘게 돌아간다. 특히 요즘처럼 돈을 몰리는데 막상 운영하기가 어려운 시기엔 더욱 피를 말리는 심정이다.

S모 과장은 “최근 은행에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만 정작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제한적”이라며 “시장 자체가 녹록치 않고 투자심리가 얼어있어서 자금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부 직원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평소 친숙하던 곳도 채권발행 등의 딜(Deal)이 시작되면 치열하게 싸운다. 따라서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자칫 실수로 은행의 자금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손실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금부 직원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전쟁의 기술’을 갖고 있다. C은행 자금부에서 채권을 담당하고 있는 K모 과장은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어라’, ‘철저하게 각패 격파하라’란 전쟁의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하루하루가 전쟁인 자금부 직원들도 애환은 있다. 예금과 대출 금리 사이에서 영업점 직원들의 원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전에 영업점 지점장으로부터 “예금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다. 소총없이 어떻게 전쟁을 하라는 것이냐”는 전화를 받으면 오후에 다른 영업점 지점장으로부터 “대출금리가 높아 영업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한다.

K 과장은 “예금과 대출 사이에서 금리 조절을 하다보면 일선 직원들로부터 자금부 직원의 성과를 좋게 하기 위해서 금리를 조절한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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