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인정 여부 소송에서 결국 패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취소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현대차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최병승씨에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 “정규직 전환 촉구”…사 “판결 존중”=대법원은 “현대차의 사내하청 행위는 불법 파견 근로 행위이며, 최씨가 2년 이상 현대차에서 근무했으므로 정규직 직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는 대로 이를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피해자 정규직 전환 여부와 인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대차 노조 비정규직지회도 판결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조는 “사내하청이 범법행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현대차는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부당하게 부를 축적한 정몽구 회장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소송’ 어떻게 진행됐나?=이번 소송은 국내 제조업계 비정규직 근로자 관련 소송 중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5년 현대차 파견업체로부터 해고당한 최병승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반려됐다. 결국 2006년 최씨가 현대차에 직접고용 인정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고, 본격적인 법정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심과 2심은 현대차의 승리였다. 2007년 7월 서울행정법원 1심과 2008년 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0년 7월 “불법 파견이라 해도 2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최씨는 현대차 정직원”이라고 판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1명이 무더기로 현대차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열린 공판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현대차가 재상고했으나, 최종 공판에서도 현대차가 졌다.
◇산업계 ‘줄소송 공포…나 떨고 있니?’=현대차의 패소 판결에 재계 전반이 줄소송 공포에 떨고 있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을 비롯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많은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있을 근로자들의 법적 소송 관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움직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산업계 전반에 큰 어려움이 닥치게 됐다”며 “앞으로 있을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경영 전반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라며 “야권과 진보 세력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선거 이슈로 꺼내 들 경우, 국제 무대에서 뛰는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반응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