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국채교환을 민간채권단에 강제할 수 있는 집단행동조항(CACs) 도입안을 통과시키자 그리스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로 그리스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 매수자들이 CDS를 매도한 판매자에게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23일(현지시각) 국채 1천70억 유로를 덜어내기 위한 채무조정의 진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국채 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교환하도록 하는 `집단행동조항(CACs)' 도입을 허용하고 있다.
집단행동조항 도입이 CDS 보상금 지급을 촉발시킬 수 있는 신용사건인지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의 결정위원회(DC)가 판단한다. 하지만, ISDA의 기존 판단기준을 보면 그리스의 국채 교환과정에서의 집단행동조항 적용은 신용사건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는 이날 민간채권단에 국채교환을 정식 요청하고서 내달 12일까지 국채교환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증권 예탁·청산 업체인 DTCC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 CDS의 순 거래잔액은 32억 달러, 계약 총잔액은 699억 달러다.
앞서 리먼 브러더스나 AIG 등은 CDS 순잔액이 많지는 않았지만,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고 나서 일부 판매기관이 이들 기관 CDS에 보상을 하지 못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집단행동조항이 적용된다면 이는 그리스의 사실상 채무불이행을 의미하게 돼 CDS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CDS 매도자에게 보상금을 요구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앞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나 AIG 파산 때는 CDS순잔액은 크지 않았지만, 거래상대방 위험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었다"고 말했다.
그는 "CDS 보상금 지급을 이행하지 못하는 기관이 생길 경우 부도가 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많이 대비하고 있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이다슬 연구원은 "CAC 적용은 사실상 그리스의 채무불이행과 비슷한 상황이다. 2005년 CDS 거래가 활성화된 이후 국가가 채무불이행에 빠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CDS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채무불이행 선언시 공포감 때문에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가격으로 반영돼 증거금을 지속적으로 높여왔기 때문에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AIG 때와 같은 거래상대방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CDS는 국채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체결하는 파생상품이다. 해당국에 디폴트나 채무상환연기와 같은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CDS 매수자는 디폴트에 따른 보상금을 받지만 매도자는 손실을 짊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