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방화벽인 유로안정화기금(ESM)의 재원 확충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그리스 1300억유로 구제금융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의회의 재정위원회에 참석 한 뒤 “5000억유로 규모의 ESM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나머지 2500억유로와 통합하는 것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한 가지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의 입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상충한다.
메르켈 총리는 ESM의 재원 확충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SM의 가장 큰 지원국인 독일이 재원 확충으로 추가적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쇼이블레 장관은 25일 열리는 주요 20국(G20) 회의에서 자국의 ESM과 EFSF 재원 확충 반대 입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유로존 가입국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은 ESM을 EFSF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는 7월 출연을 앞둔 ESM이 EFSF와 통합 운영될 경우 재원 규모는 7500억유로에 달한다.
방화벽 재원 확충에 찬성하는 국가들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7500억유로 규모는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고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도 중요한 보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방화벽 재원 확충은 IMF가 유로존 지원을 위해 재원을 늘리는 전제 조건으로 제시돼 G20 회의에서 독일에 대한 압력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ESM 재원 확충 반대에 대한 쇼이블레의 강경한 입장이 수그러들면서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유럽의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다음달 1~2일 정상회의를 열고 유로존 방화벽 재원 확충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다.
독일은 그러나 ESM의 재원을 늘리는 방안을 자국 의회의 표결 이후로 연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SM 확대시 자국의 부담이 커지면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의회 통과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오는 27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에 대해 의회에서 표결을 붙일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