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내달리던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착 후 급등 피로감에 발목이 잡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 경기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보여주면서 투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유가가 문제다. 지난 24일(미국 동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했다. 종가 기준으로 111.05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5월3일 이래 최고치다.
이에 지난주말 뉴욕증시는 경기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보다 1.74포인트(0.01%) 내린 1만2982.95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28포인트(0.17%) 상승한 1365.7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은 6.77포인트(0.23%) 오른 2963.75로 마감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란 두 가지 악재가 지수를 억누르고 있다”며 “이들 요인은 지금까지 증시 상승을 이끈 경기 모멘텀과 풍부한 유동성이란 양대 축을 모두 흔들 수 있단 점에서 위협적이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긴 호흡에서 본다면 코스피지수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란 분석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는 유동성 장세의 일부일 뿐”이라며 “지난 연말부터 유입된 투기자금이 유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화되지 않은 위기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투자심리가 호전되는 과정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아 나서는 현상 중 나타난 한 헌상이란 시각의 균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순환매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상 할인율이 2∼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부담이 남아있다”며 “IT주에 이어 조선, 기계, 화학, 금융주의 순환매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