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와 자금난에 시달려온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메모리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다.
세계 3위 D램 반도체 제조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27일(현지시간) 도쿄지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엘피다는 오는 4월2일까지 차입금과 회사채 등 920억엔(약 1조3194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산업성과 주거래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상이 난항하면서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해져 파국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는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이 악화해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에서 400억엔, 민간 금융기관에서 1000억엔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앞서 엘피다는 지난달 5일 거래하고 있는 미국 대만 중국의 10개 정보·기술(IT) 업체에 총 5억달러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는 4월 회사채 450억엔과 금융기관 차입금 770억엔을 상환해야 하는 데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로 치솟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악화한 실적을 견디지 못하고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주거래은행은 대출만기 연장이나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근본적인 경영 건전화 계획을 요구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대만 난야와의 자본·업무 제휴를 모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제휴를 통해 개발·생산체제를 근본적으로 재편, 가격 하락세인 PC용 범용 D램을 대만에서 집중 생산하고 일본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특화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따라잡을 셈이었다.
또 일본 내 유일한 생산 거점인 히로시마공장을 매각하는 등 고정비도 삭감해 재무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제휴 협상을 포함해 경영 정상화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일부 채권단이 지속적인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파산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엘피다의 작년 3분기 매출은 598억엔으로 전년 동기의 3분의1 수준으로 침체됐다. 순손실은 42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확대했다.
이로써 엘피다는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고 오는 3월말 끝나는 2011 회계연도에는 1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엘피다가 무너지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독무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