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되면서 행원 출신 CE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네 곳의 CEO 가운데 행원 출신은 모두 세 명이다. 바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가 그들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67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후 동경·오사카지점, 국제부, 영업부 등 여느 은행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이 회장이 남대문 지점장 시절 국내 모든 은행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수신고 1조원을 달성해 실력과 입지를 탄탄히 갖췄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 회장은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고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기획조사부, 종합기획부, 인사부 등 주요 부서를 담당하면서 은행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함은 물론 기획력과 영업력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적자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한생명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업계에서 인지도를 높인 점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한 회장이 신한지주 회장으로 최종 확정됐을 당시 많은 직원들이 좋아했다는 후일담은 그의 평판을 짐작케한다.
하나금융 회장에 자리할 김정태 행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하며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하면서 비로소 하나금융에 터를 닦게 된다.
이 처럼 행원 출신 CEO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부사정에 대해 잘 알고,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외부출신 CEO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행원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조직의 장단점과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후계자로 직원들 사이에서 얼마전 사퇴의사를 밝힌 김종렬 하나금융 사장보다 김정태 행장에게 무게가 실렸던 것도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장의 임기가 한정됐는데 외부에서 올 경우 조직 업무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며 “타계열사와 연계업무도 많고, 여러 고객을 접하는 은행에서 금융지주CEO가 배출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