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 막일한 아버지...가난 삼키며 골프에 ‘올인’ 했다

입력 2012-02-28 09:43 수정 2012-02-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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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서 우승한 존 허, 역경의 드라마

▲존 허(AP연합)
가족위해 가난 삼켰다...PGA 우승 꿈이 아니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미국퀄리파잉스쿨(Q스쿨) 25위까지만 주어지는 2012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티켓을 가까스로 거머쥔 그였다. 그런 그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상에 우뚝섰다.

재미교포 존 허(21·허찬수·핑)가 미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370만 달러)에서 투어 22년차의 베테랑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연장 8번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그가 걸어온 골프인생이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골프채를 놓치 않았던 그였기에 그의 우승의 감동이 더 크게 전해지는 이유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42·SK텔레콤)와 양용은(40·KB금융그룹)도 어렵게 골프채를 잡았고 배고픈 환경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90년생인 존 허에게도 이런 역경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미국국적이다.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 만에 가족과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아버지 허옥식 씨(60)는 동대문시장에서 원단과 의류 사업을 했다. 존 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지만 아버지의 사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설상가상 보증문제까지 덮치면서 아버지는 다시 가족들을과 함께 미국으로 도피하듯 이민을 갔다.

아버지 허씨는 국내 사업을 때문에 영주권을 반납했다. 불법체류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로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서 온갖 허드렛일에 막노동까지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 했다. 존 허도 아버지의 고생을 잘 알고 있었다. 존 허도 연습장에서 공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골프에 올인 했다.

존 허는 2009년 대학을 포기하고 프로가 되기 위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외국인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프로가 됐다. 한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는 곳은 미아리, 연습장은 분당이었다. 이동수단은 대중교통뿐이었다. 캐디백을 멘 채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아들의 캐디백을 멨다. 전문 캐디가 아니었기에 실수도 있었다. 허씨는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때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규정 위반을 해 아들이 벌타를 받았다. 허 씨는 무지함과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존 허(AP연합)
2010년 그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찾아왔다.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를 제치고 우승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여론에 곧 그의 존재감이 사그라들었다.

어렵게 골프계에 발을 들였고 현재까지 쭉 힘들었지만, 하늘은 그에게 기회를 줬다. 그는 지난해 25명을 뽑는 미국 PGA 투어에 노크, Q스쿨에 도전했다. 아까운 27위, 내년을 기약해야 했지만 갑작스런 행운이 찾아왔다. 2명의 선수가 다른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는 덕분에 막지막으로 PGA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마침내 그에게 우승의 잡을 수 있는 찬스가 찾아왔고 그는 놓치지 않았다. 데뷔후 5경기 만에 PGA 투어 우승을 일궈냈다. 그것도 자신이 태어난 해에 PGA 투어에 데뷔한 베테랑 선수와 8번째 연장대결에서 말이다.

8차 연장이 벌어졌던 경기는 1965년 아잘레 오픈에서 한번. 1978년, 1981년, 1983년 등 네 차례 있었다. 8번째 연장은 29년 만이다.

존 허는 이번 우승으로 66만6000달러(한화 약 7억5000만원)를 벌었다. 세계랭킹은 지난주보다 130계단 수직상승했고, 상금랭킹도 30위에서 9위로 뛰어 올랐다. 단단한 선수로 성장할지 지켜봐 달라고 말하는 존 허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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