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빅딜설 잡음 뚫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되기까지

입력 2012-02-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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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가 '넘버1'으로

“타행 출신이지만, 하나은행 사람이다.”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가끔 자신을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한다.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호(號)’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창립멤버이긴 했지만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의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선 ‘주류 속 비주류’였다.

그러나 그는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계속 승진했고 2008년부터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그룹의 ‘넘버 3’에 올랐다.

김 내정자는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과 함께 하나금융을 이끄는 ‘트로이카’로 불리며 일찌감치 ‘포스크 김승유’ 후보로 꼽혀왔다.

물론 김 내정자가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른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인선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김종열 사장의 돌연 사의, 김승유 회장의 연임 거부, 내부 불화설,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대가로 한 정부와의 빅딜설, 차기 회장은 외부출신 등 잡음은 무수했다.

이 같은 일련의 불퉁불퉁한 과정이 있기 전까지 김 내정자가 차기 회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다. 2월 들어 김 내정자가 유력 후보로 꼽히면서도 결과 발표 이전에 건네는 축하인사가 내심 불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됐던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이 외환은행 경영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무게추는 김 내정자로 기울었다. 그룹 내부에선 김 내정자의 회장 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7일 김 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하면서 하나금융은 창립 후 20년 동안 내부 인사가 수장이 되는 전통을 잇게 됐다. 1997년 윤병철 당시 하나은행 행장이 김승유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고, 이번엔 김승유 회장이 김정태 행장에게 물려주게 됐다.

하지만 산적해 있는 과제를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특히 김 내정자에겐 이젠 김승유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홀로서기’를 할지도 관건이다.

‘넘버3’였던 은행장에서 복수의 은행과 계열사를 이끄는 그룹의 ‘넘버1’ 자리에 오른 김 내정자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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